인선자문단과 KT 이사회에 박수를[김현아의 IT세상읽기]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지 않은 꿋꿋함
상식과 양심에 따라 객관성과 공정성 높여
5명의 외부 인선 자문단이 사외 후보자(공모자) 압축 전담
KT 출신이면 안 된다?…또다시 흔들면 안 돼
  • 등록 2023-02-28 오후 8:08:52

    수정 2023-02-28 오후 8:32:3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KT 차기 대표이사 면접후보자가 28일 발표됐다. 왼쪽부터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 총괄.


“정치권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할까 걱정했어요.”

“챗GPT 시대에 KT가 생존하려면 능력자가 와야죠. 잘 됐습니다.”

KT지배구조위원회가 차기 대표이사(CEO) 면접 후보자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 총괄을 발표하자, KT 직원들이 안도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차기 CEO가 될만 하다”고 평가받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명단이 발표되기 전에는 불안해 했습니다.

심사가 한창인데, ‘OOO 후보가 유력하다’는 신문 기사까지 나왔으니까요. 용산에서 민다는 소문이 있었던 △△△후보는 KT를 떠난 지 너무 오래돼 글로벌 패권 경쟁이 한창인 AI(인공지능)/DX(디지털전환)시대에 맞지 않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면접을 보게 될, 네 분 모두 상식에 맞아 다행입니다.

일각에선 ‘모두 KT 출신이니 공정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인사한 구현모 대표와 알박기 사외이사들이 몸부림치는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사실과도 다르고요.

①5명의 외부 인선자문단이 사외 후보자 압축 전담

이번에 33명의 후보 중 4명으로 압축한 곳은 KT 이사회가 아닙니다. 인선자문단입니다. KT는 차기 CEO 선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 5인으로 자문단을 구성했죠. KT이사회가 낸 아이디어입니다.

인선자문단은 권오경 한양대 석좌교수(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김주현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전 법무부 차관), 신성철 정부 과학기술협력대사(전 KAIST 총장),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정해방 전 기획예산처 차관이십니다.

KT이사회는 로비가 심해질까 걱정해 오늘에야 인선자문단이 누군지 압축 후보자 명단과 함께 공개했습니다. KT는 물론, 다른 대기업에서도 이런 식의 CEO 선임 절차는 없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공모에 응한 외부 후보자 중 뽑힌 박윤영, 임헌문 님은 인선자문단의 후보 압축 결과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입니다.

사내 면접 대상자인 윤경림, 신수정 님은 인선자문단이 1차로 압축한 뒤, 외부 전문가의 리더십 진단 의견과 그간의 경영 성과를 고려해 KT지배구조위원회(KT사외이사로 구성)가 선정했지만요.

한마디로 KT 전직 임원들만 심사를 통과한 것은 5명의 인선자문단의 결정이라는 이야깁니다. 알박기 사외이사가 정했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인선자문단은 후보자 압축 기준으로 ▲급변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환경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과 ▲실질적인 경영성과를 창출하고 DX 시장을 리딩할 수 있는 ‘경영관리 리더십’을 봤다고 합니다.

②KT 출신이면 안 된다?…또다시 흔들면 안 돼

4명 모두 KT 출신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열사만 50개, 재계 순위 12위인 KT그룹은 하는 일이 아주 많습니다. 유무선 통신은 물론 금융 사업, 미디어·콘텐츠 사업,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사업, 위성사업, 디지털 물류 등 정보통신기술(ICT)에서 안 하는 사업이 거의 없죠.

KT그룹의 직원 수는 또 어떤가요. 5만 8,000명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고, 근속 연수는 평균 22년이나 돼 역시 1위입니다. 하는 일은 최첨단이나 기업 문화는 아직까지 공기업의 모습도 남아 있죠.

KT 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분이 CEO로 오면 최소 1년 정도는 적응기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즉, KT CEO는 KT 출신이 더 잘할 수 있다는 논리가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물론, 예전에 KT 이사회에서 김종훈 알카델루슨트 벨 연구소 최고전략책임자를 차기 CEO로 뽑으려 한 적이 있는 등 외부인이라고 해서 KT CEO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당시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이뤄지지 않았지만요.

사실과 다른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구현모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선임한 CEO가 아닙니다. KT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8년 만에 CEO에 오른 그는 치열한 경선 과정을 거쳤습니다. 국민연금 등의 외풍으로 연임을 포기했지만, KT 역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주가도 90%나 상승시키는 등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여준 것까지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데, 누군가가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다시 KT를 흔들려 한다면, 공정과 상식을 중시하는 이번 정부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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