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수출입은행 기댄 구조조정 '한계'…어닝 쇼크(종합)

  • 등록 2017-03-03 오후 6:49:09

    수정 2017-03-03 오후 7:00:12

(자료=산업은행, 수출입은행) *2016년 실적은 잠정치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조선·해운 구조조정 여파로 대규모 적자 쇼크를 맞았다. 산업은행은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적자이자 2년 연속 적자, 수출입은행은 창립 40년 만에 최초 적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당장 혈세 투입 등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치 않지만 정책금융기관에 기댄 구조조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뒤따른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조선·해운업 부실에 따른 5조6000억원의 구조조정 비용으로 약 3조원 수준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지난해 1조8951억원의 손실이 난 데 이은 2년 연속 적자이자 IMF 외환위기 직후 1998년에 4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이후 최대 적자규모다.

산은 1998년 이후 최대 적자…수은 40년만에 첫 적자

산업은행이 이 같은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과 STX조선해양과 한진해운의 연이은 법정관리에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대한 2조2000억원의 자본 확충에 나서 지분율이 79%까지 확대했지만 회사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지분 가치가 2조원 이상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증권의 회수가능액이 취득원가보다 작으면 지분 소유자는 그 차액을 손실로 인식해야 한다. 여기에 STX조선과 한진해운이 차례로 법정관리에 들어가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발생했다. 은행은 법정관리에 돌입한 기업에 물린 대출은 건전성 분류상 ‘추정손실’로 분류하고 대출액의 10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실제 이런 여파 등으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서 3조5000억원, 한진해운에서 9000억원, STX계열에서 1조2000억원의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후폭풍은 산업은행에 그치지 않았다. 수출입은행 역시 지난해 1조원 규모의 적자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된 상태다. 수출입은행이 한해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76년 창립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입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대우조선 충당금으로 1조원을 넘게 쌓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여신이 정상에서 요주의로 강등된 데 따른 것이다. 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9조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계에 달한 국책은행 기댄 구조조정 시스템

두 은행은 대규모 손실에도 그간 벌어놓은 자금으로 추가적인 정부 재정 지원은 필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은행은 IMF 구조조정이 완료된 2001년부터 구조조정비용이 발생한 2013년, 2015년, 2016년을 제외한 누적 순이익 규모가 12조7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현재 산업은행의 BIS비율도 15%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 관계자 역시 “여전히 BIS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 수준”이라며 “정부 지원은 아직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출입은행의 적정 BIS비율을 10.5%로 보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국내외 경기침체로 한계기업은 계속 발생해 구조조정 수요는 계속될 것이지만 지금과 같이 국책은행에 기댄 구조조정이 계속되면 국책은행의 건전성이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정부 지원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면서 ‘4월 위기설’ 등이 시장에서 씻기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대우조선을 포함해 구조조정 기업의 부실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투명성이 보장된 법적 절차를 통한 구조조정 절차의 확립과 조속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내외 경제상황이 주요업종의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법령적 근거없이 국책은행이 계속 떠맡는 방식으로는 구조조정의 적기 타이밍도 놓치고 부실을 키워 사회 전체의 비용을 키울 수밖에 없다”며 “기촉법상의 워크아웃이든 통합도산법의 법정관리이든, 양쪽의 장점을 딴 PPP플랜(Pre-Packaged Plan)이든 이쪽으로 가야 하고 범정부의 컨트롤 타워에서 이를 빨리 결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실에 대한 엄중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윤석헌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이런 사태를 가져온 과거의 의사결정에 대해 산업은행 고위층부터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청와대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부실기업을 질질 끌다가 덩치가 커지는 대마불사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상시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감독기관이 제때 워닝(경고)할 수 있는 감독기구의 독립성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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