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발 탄핵 카드는 그간 비박계의 중심으로 국면 해소를 위해 노력해오던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3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선 불출마’와 함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발의에 앞장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탄핵 발의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김 전 대표가 정치 인생을 포기하면서까지 탄핵 카드를 꺼내면서 그 무게감이 달라졌다.
탄핵 발의선 200명의 의원 확보를 위해 비박계 의원을 중심으로 이탈표 헤아리기에 여념이 없던 야권은 반색하고 있다. 전날 ‘탄핵 기명 투표’라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고려하며 탄핵선 확보에 노력했지만 새누리당이 앞장서겠다고 확언하면서 탄핵 발의의 9부 능선을 넘게 된 셈이다.
가장 늦게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했지만 발빠르게 탄핵추진실무준비단을 구성한 민주당은 이날 첫 회의를 갖고 내주 초까지 탄핵 소추안 초안 작성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의 준비단 구성에 이어 국민의당도 김관영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탄핵추진단을 구성했다. 야권이 탄핵을 추진하는데 첫발을 뗀 것이다.
지난 22일까지 총리 지명 문제를 놓고 야야(野野) 갈등을 겪던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날 국민의당이 ‘선(先)총리’를 주장을 굽히면서 분열의 틈새가 봉합됐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비판 논평으로 한바탕 설전까지 주고받았던 야권의 갈등 수위는 잠시나마 낮아졌다. 최소한 오는 26일 집회까지는 한 목소리를 낼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탄핵 의결 정족수 기반을 보다 탄탄하게 다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한 원외위원장은 “30여명 정도가 확보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친박이 장악한 초선들이 거의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