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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검수완박 관련 의견서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수사권·기소권 분리 여부는 행정부 업무분장 사항으로서 입법정책적 결정사항”이라고 거리를 두면서도 법안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우선 검찰이 경찰의 신청 없이는 독자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부분에 대해선 사건 송치 후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송치 후 공소제기 결정 단계에서 피의자 신병을 신속하게 확보해 둘 필요가 있는 경우 적정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건 송치 후 검사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을 둘 필요는 없는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현재 검수완박법 중 가장 강하게 위헌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헌법은 12조에서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해, 영장 청구 주체가 검찰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3개월 후 시행? 대법 “최소 6개월~1년 필요”
앞서 헌법재판소도 1997년 3월 ‘검찰의 영장 청구’ 규정 취지에 대해 “수사단계에서 영장 발부를 신청할 수 있는 자를 검사로 한정함으로써 검사가 아닌 다른 수사기관의 영장신청에서 오는 인권유린의 폐해를 방지하고자 한다”고 밝혀, 검찰의 절차법적 차원에서 인권보호 역할을 판시했다.
또 경찰 통제 장치가 부족한 점도 지적했다. 경찰의 소극적 수사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서 보완수사 요구권, 재수사 요청권 등의 제도적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검사의 석방요구가 있어도 경찰이 ‘정당한 사유’를 내세워 석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위법한 체포·구속에 대한 검사의 인권 보호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행 후 검찰 수사 사건을 일률적으로 경찰로 승계하도록 한 부칙 조항에 대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이전의 입법례에서 찾아볼 수 없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공포 후 3개월 후’라는 시행 시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법원행정처는 “형사사법체계의 큰 변화를 초래하는 제도로서 상당한 변화와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개정안 시행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형사재판장 출신 지역법원 소속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의견서는 완곡하게 표현됐지만 검수완박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며 “이 같은 적나라한 평가는 개정안이 사실상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기본 이해조차 담겨있지 않다는 걸 지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헌법 위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만큼, 검수완박이 공포되더라도 헌재의 벽을 한 차례 더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검수완박의 위헌성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실제 입법이 이뤄질 경우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등 위헌성 여부를 다투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검 외에도 국민의힘과 변호사단체 등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측의 헌법소원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19일 국회 법사위 소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헌법학계의 검수완박에 대한 합헌설·위헌설을 모두 소개하며 “위헌설을 주장하는 교수들이 더 많아 다수설이어서 유력하긴 하다”면서도 “두 가지 견해들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