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낡은 진보·낡은 보수 함께 못한다"...관건은 인재 영입

“새정치연합 평생 야당하기로 작정한 당”이라고 비판
혁신하는 척 하면서 기득권 유지, 새정련도 혁신경쟁
새누리당, 중도층 뺏길까 우려… 여야 모두에 문호개방
  • 등록 2015-12-15 오후 5:11:35

    수정 2015-12-15 오후 5:15:06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15일 고향인 부산을 찾았다. 혁신 전당대회를 거부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에게 ‘이제 더 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고를 요청한 후 7일 부산을 찾은 지 다시 1주일 만에 부산을 방문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전날 안 의원의 탈당으로 인한 당 내홍과 향후 수습방안 등을 구상하기 위해 부산의 모친을 방문했던 문 대표는 이날 서울로 상경했다. 총선 지도체제를 놓고 대립했던 두 사람은 이날도 발걸음이 엇갈렸다. 안 의원은 부산지역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지금 새정치연합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새누리당이라고 배척한다. 그러면 절대 집권할 수 없고 집권해서도 안 된다”며 탈당한 새정치연합을 비판했다.

안 의원은 “집권을 하려면 외연을 넓히는 게 필수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모두 외연을 넓혔다. 생각이 조금 달라도 목표가 같으면 연합할 수 있다”면서 “새정치연합은 평생 야당하기로 작정한 당”이라며 거듭 비난했다.

탈당 배경에 대한 설명이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새정치연합을 평가절하한 발언이다.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 가능성이 없는 새정치연합, 제1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둬 자신이 주도해 나갈 새 정치세력을 지지해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내년 총선까지 4개월 동안 안 의원 주도의 새 정치세력과 문 대표 체제의 새정치연합은 존립근거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아직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안 의원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국민들의 삶을 돌보고 변화시키는 새 정치를 위해 정치세력화를 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했다. 중도 개혁세력이라기 보다는 합리적 개혁세력, 이념정당이 아닌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를 비전으로 설정했다.

안 의원 한 측근은 “새정치연합이 안 전 대표가 나간 다음에 혁신안 10가지를 당헌 당규에 반영하겠다고 하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저희가 준비했던 혁신안에 대한 것, 낡은 진보청산에 관한 것, 새로운 인재영입 기준에다 국민의 소리를 얹어서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안 의원은 운동권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성장에는 무관심하며 국가안보에 철저하지 못하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당에 본질적 혁신이 필요하다며 배타성과 무능, 불안, 무비전을 낡은 진보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규정했다. 또 합리적 개혁 대 기득권 수구의 새로운 정치구도, 이분법적 사고, 부패와 저급한 정치행태 척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정한 계승을 낡은 진보청산 4대 기조로 제시했다.

안 의원 측은 낡은 진보 청산을 앞세워 새정치연합과 혁신경쟁을 벌이는 것과 함께 낡은 보수 청산도 내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는 산업사회의 낡은 산물로 동전의 양면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라는 것이다. 안 의원은 부산 기자간담회에서 “당에 대해 뿌리깊게 알게 됐다.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일도 보게 됐다. 혁신을 하는 척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하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 지지기반을 잠식당하게 된 새정치연합도 혁신경쟁에 나섰다. 전날 새정치연합 중앙위윈회는 “혁신과 단합은 지금 새정치연합의 절대절명의 과제”라며 안 의원이 제기한 10대 혁신안 중 부정부패 연루자 당원자격 정지 등 일부 내용을 당헌에 반영하기로 의결했다. 분당 사태를 우려해 집안도 단속하고 있다.

진성준 새정치연합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나와 “더 이상 당의 분열을 부르는, 그리고 당의 체제를 흔드는 해당적 발언은 더 이상 없어야 되겠다”며 “이제 문 대표를 중심으로 당의 전열을 정비해서 총선 준비에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낡은 보수로 지칭되는 새누리당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안 의원이 새 정치 비전을 앞세워 중도층을 공략하면 새누리당 기반도 일부 잠식당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김재원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만약에 안철수 의원이 이른바 중도층을 흡수하고 어떤 혁신적인 새정치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한다면, 우리가 오히려 중도층을 빼앗기게 되는 큰 문제에 빠질 수도 있고 과거에는 4당 구조에 갔을 때 여당이 참패한 경우도 있다”며 혹시 불지 모를 안철수 바람을 걱정했다.

내년 1월쯤 모습을 드러낼 안철수 신당이 정치권 재편의 태풍이 될지,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지는 결국 사람들에게 달려있다. 합리적 개혁과 민생 최우선 정치, 낡은 진보와 낡은 보수를 청산하고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새 정치를 실현할 인물들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안 의원은 신당 창당과 관련해 “부패나 막말이나 갑질하는 사람, 내 생각은 항상 옳고 다른 사람은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사람, 수구보수적인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두고 여러 사람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 동안 몸을 담았던 새정치연합 전현직 의원들도 참여하지 못할 수 있다. 수구보수만 아니라면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도 가능하다.

안철수 신당의 성공여부는 총선까지 4개월 동안 안 의원이 새정치와 새 정치를 채울 사람들을 준비해 어떻게 국민들에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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