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민간 극한갈등에도..수원시 중재는 '유명무실'

수원시 장안구 소재 790세대 소규모 아파트에서
장기수선계획 및 장충금 적립과 보궐선거 놓고
입대의 회장 및 감사 해임투표로 단지 내 떠들썩
해임투표 대상자들, 상대편 민사 소송도 검토
시 공동주택지원센터 중재 불발 "입장 너무 달라"
  • 등록 2023-08-24 오후 5:14:08

    수정 2023-08-24 오후 5:14:08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동별대표자 및 임원 해임요청서 심의 결과 아래와 같이 결정했습니다’

지난 21일 오전 경기 수원특례시 장안구 소재 A 아파트 복도에 붙은 공고문 내용이다. 이 글귀 아래에는 해임 대상인 동별대표자(입주자대표회의) 회장 B씨와 감사 C씨의 실명이 적혀있었다. 해임 사유는 공동주택관리법 위반.

수원시 장안구 소재 A아파트 전경. 황영민 기자
수원시의 한 아파트 입주민간 갈등이 동대표 해임으로 이어지며, 이웃사촌간 소송전까지 예고되고 있다. A아파트 세대수는 790세대 남짓이다.

공동주택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수원시 공동주택지원센터는 해당 사실을 인지, 중재에 나섰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장충금 둘러싼 갈등, 임원 해임으로 번져

22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A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회의를 열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B씨와 감사 C씨에 대한 해임을 결정했다.

선관위는 두 사람에 대한 해임 사유 크게 3가지로 봤다. 먼저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을 1㎡당 180원을 적용, 장기수선계획상 책정해야 할 268.789원보다 88.789원 적게 잡아 장기수선공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이 근거로 수원시 공동주택과 행정지시 내용을 들었다.

시는 아파트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장충금을 징수·적립하라는 행정지시를 공문으로 보냈다.

선관위가 제시한 두번째 해임사유는 동대표가 없던 A아파트 3개동의 동대표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를 방해한 행위다. 마지막으로 선관위는 B씨와 C씨로 인해 장충금 계좌 이전이 1개월 3일 지연돼 298만4790원의 손해가 발생한 점을 해임 사유로 들었다.

선관위는 또 지난 22일 감사 C씨를 동대표에서 해임한다는 공고문을 추가로 게재했다. 사유는 마찬가지로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이었다.

선관위는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7일간 두 사람의 소명자료를 공개한 뒤, 9월 4일~5일 이틀간 온라인 투표를 통해 해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C씨의 동대표 해임 투표는 9월 7일~8일 이틀간 진행된다.

지난 21일 A아파트 1층 출입구에 게재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B씨와 감사 C씨에 대한 해임 공고문.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에는 B씨와 C씨의 거주동과 실명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황영민 기자


“관리규약에 따랐다”vs“소명하면 될 것” 입주민간 진실공방

선관위의 이같은 해임 통보에 B씨와 C씨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첫번째 해임 사유인 장충금 징수액 책정에 대해서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르면 세대별 장충금 부담액 산정은 사용검사일을 기준으로 연차별 적립요율에 따라 하도록 돼 있다”며 “장기수선계획서상 사용검사일은 1999년 11월이고, 여기에 맞춰 산정한 금액 180원으로 책정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가지 의문점이 드는 것은 수선계획기간은 40년으로 돼있는데 기산점(만료점에 대한 계산이 시작되는 시점)은 2013년 12월이다. 왜 기산점이 계획기간인 40년이 지난 시점인 2039년이 아니라 2013년인지 확인하고 싶지만 관리사무소 협조를 얻지 못해 당시 회의록을 열람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두번째 해임 사유인 ‘보궐선거 방해’에 대해서도 아파트관리규약상 조항을 들며 반박했다. A아파트 관리규약 제21조 ‘보궐선거’ 1항에는 ‘선관위는 동별 대표자나 임원이 사퇴 및 해임 등으로 궐위된 경우에 그 궐위일로부터 30일 이내 공석인 모든 선거구 또는 임원에 대한 선거를 실시한다’고 돼 있다.

B씨와 C씨는 이 조항을 들며 “이번에 보궐선거를 시행한 동대표들은 지난 선거 때 출마자가 없어 뽑지 못한 곳들”이라며 “기존 동대표가 궐위 시에는 보궐선거가 가능하지만, 애초에 없던 동대표를 보궐로 뽑는 것은 규약에 어긋난다는 법률자문까지 받았다”고 항변했다.

마지막 사유인 장충금 지연 예치에 대해서도 이들은 “기존 계좌 만기시점인 5월 27일 이전인 25일 임시회의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장충금에 대해 재예치하기로 결정했고, 관리사무소에 재예치를 요구했으나 대응이 없어 3회에 걸쳐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명의로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기도래 장충금 재예치를 위해서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경리주임이 동행해야 하나 관리사무소에서는 ‘경리주임이 대표회장과 같이 업무 수행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답변해온 자료들이 남아 있다”며 “관리사무소의 책임을 회장(B씨)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했다.

선관위가 공문을 통해 밝힌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B씨와 감사 C씨에 대한 해임 사유와 두 사람의 주장이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아파트 선관위원장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선관위원장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다만 A아파트 관계자는 “공문에 적혀있는 내용은 모두 사실이고, 이는 수원시에서도 확인한 바 있다”며 “앞으로 일주일간 소명기간이 있으니 그 시간동안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소명문을 게재할 수 있다”고 대신 전했다.

수원시 공동주택 지원센터, 중재 불발 “입장이 너무 달라”

장충금과 보궐선거를 둘러싼 A아파트 입주민간 갈등은 송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해임 투표에 부쳐진 회장 B씨와 감사 C씨가 아파트 선관위와 관리사무소, 일부 동대표 등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를 검토하면서다.

수원시는 이처럼 공동주택 안에서 발생하는 입주민간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공동주택 지원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중재는 사실상 불발에 그쳤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난 4월 A아파트에서 불거지는 여러 민원들을 듣고 중재를 나갔고, 이후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는 양측을 따로따로 만나봤지만 입장이 너무 달라 화해 조정이 어려웠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관리규약대로 장기수선계획을 집행하도록 행정지시를 내렸다. 관리규약상 문구에 대한 해석은 좀 더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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