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한진해운·현대상선 先경영정상화 후 합병 검토

  • 등록 2016-06-13 오후 5:12:01

    수정 2016-06-13 오후 5:12:01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3일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양대 해운선사의 정상화가 마무리되면 두 선사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의 정상화 추진 상황을 보아가며 합병, 경쟁체제 유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감자와 출자전환 등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배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결국 향후 상황에 따라 채권단 주도의 합병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임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합병 검토는 이전에 밝힌 해운사 구조조정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양대 해운사는 먼저 용선료 조정, 사채권자 채무조정, 협약 채권자 채무조정에 더해 해운동맹체 가입을 완료해 정상화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룡, 합병 가능성 열어둬...先통합론으로 선회(?)

임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대한 기존 처리 방안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26일 차관급 구조조정 협의체인 ‘기업구조조정협의체 ’3차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합병설에 대해 “시기상조일 뿐만 아니라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의 이 같은 입장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청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벌크선사가 아닌 컨테이너선사로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청산될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 의견”이라며 “합병을 하려면 나머지 한쪽도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다른 관계자는 “더러운 빨래와 깨끗한 빨래는 함께 두면 나머지도 더뤄워진다”고 비유했다. 한쪽이 부실한 상태에서 두 기업을 합병하면 멀쩡한 기업마저 부실해질 수 있는 만큼 현대상선이건 한진해운이건 우선 각자의 경영정상화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실제 임 위원장은 현대상선 역시 아직 고비가 남아있다고 했다. 그는 “현대상선은 많은 고비를 넘겼지만, 여전히 해운동맹 가입이 남아있고 선박펀드를 이용해 선대를 개편하는 과정도 거쳐야 할 것”이라며 “한진해운은 휠씬 더 초기 단계에 있다. 용선료 협상 자체가 진전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해운 용선료 협상부터 ‘유동성 부족’에 발목

문제는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 제대로 나서기도 전에 유동성 위기 상황에 빠져있다는 있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용선료 협상 자문 로펌으로 영국계 프레시필즈를 선정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협상의 걸음을 뗐다. 하지만 이미 1000억원의 용선료를 연체했고 이달내 2000억~3000억원대로 연체료가 불어나 용선료 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정부는 한진해운의 유동성 부족을 그룹 차원의 지원 등을 통해 자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진해운이 일단 자산 매각을 통해 4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나, 이행 속도가 느린 데다 자구안을 이행해도 1조원 가량의 유동성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은 최근 대한항공 유상증자 등을 통해 한진해운에 4000억원을 내놓겠다고 제안했지만 채권단이 6000억원을 별도로 지원해 달라는 조건을 달면서 논의는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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