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을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15일 방통위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최성준 위원장이 한 시간 남짓 자리를 지켰고 지난해 9월부터 14차례 연구반 모임의 결과물을 내놓은 만큼, 법제화 의지를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현행 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언론중재법 등)에 근거한 조항외에 별도의 법제화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컸다.
방통위 연구반에서도 △포털 사이트의 검색 목록 배제 △언론사 기사 제외 △1차적으로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판단이후 검색정보심의·조정위 판단 등 신중하면서도 최소한의 입법화를 제안했다. 별도 법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에 관련 조문을 추가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범죄 세탁 도구로 악용되거나 검색중립성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 방통위 안대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검색정보심의위를 둘 경우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현행 임시조치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음에도 별도로 법제화된다면 포털 등 인터넷 기업들의 규제비용만 증가시킨다는 점 등 우려가 제기됐다.
잊혀질 권리가 법제화 되려면 더 많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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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7일 구글의 독립된 자문위원회는 잊혀질 권리 인용 기준에 대해 언급하면서 △정치인, CEO, 유명연예인, 종교지도자, 스포츠스타, 예술가 등은 (공인이나 준공인으로 취급해) 다른 사람에 비해 삭제가 어렵고 △개인의 내적·성적 정보, 개인의 금융정보, 사적 연락처나 식별정보, 민감 정보, 미성년자에 관한 정보, 오류 또는 부정확한 정보나 해를 끼지는 정도 등은 삭제가 용이하다고 밝혔다.
구글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이유는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유럽 개인정보보호지침 규정에 의거해 2014년 5월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코스테하 곤잘레스가 구글에서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면 검색되는 부채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구글에 요청한 데 대해 구글에 해당 정보를 삭제하라고 판결, 곤잘레스의 손을 들어준 게 계기가 됐다.
유럽연합(EU)과 구글은 검색제한 조치를 유럽 내에서만 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없게 할 것인지(역외적용의 문제)를 두고 여전히 갈등을 벌이지만.
다음은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가 밝힌 구글의 ‘잊혀질 권리 적용 사례’다.
(벨기에) 최근 5년간 중범죄로 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를 통해 무죄를 입증받은 한 개인이 사건과 관련된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구글은 이 사람의 이름에 대한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했다.
(영국)한 언론 전문가가 자신이 인터넷에 올린 당황스러운 콘텐츠에 대해 보도하는 기사 링크 4건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글은 검색결과에서 관련 페이지를 삭제하지 않았다.
(영국) 한 개인이 인터넷 상에서 자신이 근무지에서 저지른 성범죄로 인한 해임 사실을 언급한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글은 삭제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구글의 사례를 보면 범죄 행위 관련 (글 삭제) 요청이나 언론 기사가 많다”면서 “또 구글은 정치인뿐 아니라 유명연예인, 종교지도자, 스포츠 스타 등도 준공인으로 보고 삭제에 부정적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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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자로 나선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방통위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이 참여한 ‘잊혀질 권리’ 연구 성과물을 내놨다.
눈에 띄는 점은 권리 행사의 방법을 △검색 목록 배제(검색결과 삭제)로 한정하고, 권리 행사 주체는 △공인을 포함한 자연인(누구든지)로 했으며, 검색배제의 대상으로 일단 △기사는 제외하는 안을 1안으로 하고, 기사를 포함하는 안을 2안으로 한 것, 그리고 검색배제의 판단주체를 △1차적으로 네이버(035420)나 다음(035720) 같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하되, 제3자 등이 이의가 있을 경우 검색정보 심의·조정위를 거치도록 한 점이다.
검색정보 심의·조정위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위촉도록 규정하는 것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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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 대부분은 잊혀질 권리 법제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국회입법조사처, 함께하는시민행동에서 나온 전문가는 법제화에 반대했다.
다만, 현행 임시조치 제도의 절차적 한계를 언급하며 최소한의 규정으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잊혀질 권리에 대한 보장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서 추진하는 데 반대한다”면서 “법제화되면 합법 정보에 대한 정보삭제가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게 법제화되면 세계 최초가 되는 것이고, 이를 기업이나 종교단체, 정치인 등 법률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들만 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망법에 있는 임시조치를 제대로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여기서도 ISP(포털 등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잊혀질 권리 법제화부터 이뤄지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우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금도 뭔가 자신의 권리를 침해했다라고 누군가 인지를 하면 그것에 대해 삭제 청구를 하게 되고 소송의 위협으로 양대 포털에서 임시조치 수용 건수가 연간 20만 건에 달한다. 또 80~90%가 이의제기 없어서 삭제된다”면서 “임시조치 제도가 악용되는 상황에서 잊혀질 권리 제도화가 또다시 검색 결과를 왜곡하는 검색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EU나 미국에서도 법제화 수준은 아니며, 우리가 먼저 서둘러 법제화할 필요는 없다”고 부연했다.
광운대 권헌영 교수는 “3년전부터 논의는 있었는데 정부가 책임지고 (법제화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3년전에는 법학자 20여명이 토론했는데 100% 모두 필요없다, 이미 법에 다 돼 있다는 의견이었는데 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차라리 법제화보다는 정보가 기간이 만료되면 사라지는 신규 서비스를 만들든지, 개인 정보를 찾아 지워주는 신규 프로그램 산업을 육성하든지 하는 게 낫다”고 했다.
하지만 법무법인 태평양 이상직 변호사는 “잊혀질 권리가 검색서비스 산업 위축이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어 충분히 입법과정에서 반영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미래 모바일 사회, 온라인 사회에서 약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는 필요하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는 “기사를 포함시키는 게 잊혀질 권리의 완전성이나 실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나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언론중재법 상 정정보도 청구, 반론보도 청구 등과 잊혀질 권리와 어떻게 짜임새 있게 엮을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심의조정위를 방통심의위 산하로 언급하셨는데 여러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원점에서 검토했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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