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2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전역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였고, 이 가운데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포함해 마포·용산·성동·양천·영등포·강서·노원구 등 11개구는 투기지역으로도 지정됐다. 나머지 14개구 중 일부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막을 수 있는 파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집값 많이 오른 4개구 불똥..집값 상승 억제 효과 있을까
정부가 동작구와 동대문구 등 서울 4개 자치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최근 이들 지역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와 달리 투기지역 지정 기준은 오로지 집값 상승률이 물가 대비, 전국 대비 얼마나 더 뛰었는지를 핵심 지표로 본다. 기준이 되는 지난달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로 낮은 수준인 반면 같은 기간 동작·동대문·종로·중구의 집값 변동률은 0.5% 이상이었다. 서울 집값 상승률 0.32%보다도 50% 이상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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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투기지역 추가 지정으로 서울 집값 상승세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작년 8·2 대책 때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11개구 중 노원구를 뺀 10개구의 집값 상승률은 투기지역으로 묶이기 전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다. 당시 경제 상황이나 시장 분위기가 지금과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도 초고강도 규제가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적절한 처방이 아니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또 최근 서울 집값 오름세는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25개구 전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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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래량 감소에도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및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등에 따른 구조적 현상인 만큼 이번 투기지역 추가 지정은 매물 품귀 현상만 부추겨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최근 시장 분위기를 보면 집주인은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고, 매수 희망자는 더 늦기 전에 주택 매입에 나서려고 한다”며 “이번 추가 규제책으로 매물이 더 줄면 호가만 더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정부의 추가 규제가 주요 타깃인 다주택자에게 지속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주고 실제 부담도 키우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투기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1가구당 1건으로 제한돼 유주택자들의 추가 주택 구입이 차단된다”며 “대출 대신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는 가능하겠지만 정부가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갭투자도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명시 등 투기과열지구 지정..“집값 잡으려면 공급 확대 필요”
박원갑 전문위원은 “주택 정비사업이 줄줄이 예정된 광명시의 경우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와 재개발 조합원 전매제한 조치로 재건축과 재개발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졌다”며 “투기과열지구에서는 3억원 이상의 주택을 매입하거나 분양받을 때 자금조달계획서와 입주계획서를 제출해야하므로 자금 출처 등에 대해 명확히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대상지역 지정시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를 받기 위해 2년 거주요건이 생기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며 “해당 지역 주택시장이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상당수 전문가들은 집값을 잡을 수 있는 확실한 카드는 공급 확대라고 입을 모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금 집을 사는 사람은 투기 수요가 아닌 실수요층”이라며 “공급 계획이 수반되지 않는 규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공급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지영 소장도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매물이 없어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강하게 퍼져 있다”며 “공급 문제가 당장 해결될 사안은 아니지만, 공급 계획을 고민해서 발표함으로써 공급에 따른 집값 안정 기대감을 시장에 먼저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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