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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미 테슬라를 꺾고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 1위로 올라선 비야디는 이달 16일 인천 상상플랫폼에서 브랜드 론칭 행사를 열고 국내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다. 국내 출시 모델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형 세단 ‘씰’과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 소형 해치백 ‘돌핀’ 등을 출시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딜러사 6곳을 선정해 서울·경기·인천·부산·제주 등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췄고, 우리금융캐피탈과 금융업무 제휴를 체결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마케팅 전략도 공격적으로 펴고 있다. 앞서 일본에서 이들 제품은 씰 528만엔(약 4800만원), 아토3 450만엔(약 4100만원), 돌핀 363만엔(약 3300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국내 경쟁 전기차의 가격은 4000만원대 초반에서 5000만원대 초반이다.
지리 그룹 산하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지커’도 한국 진출을 검토 중이다. 지커는 볼보, 폴스타, 로터스와 함께 지리그룹에 속해 있는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다. 이미 국내 특허청에 상표권 등록을 마치고 올 하반기 국내에 전시장을 오픈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커는 세단형인 ‘007’, 소형 SUV인 ‘X’, 중형 SUV ‘7X’, 대형 MPV ‘009’, 준중형 MPV ‘믹스’ 등을 보유하고 있다.
스텔란티스 그룹과 중국 전기차업체 립모터의 합작사 ‘립모터인터내셔널’도 국내 상륙이 점쳐지고 있다. 유럽 국가에서 200개 이상의 딜러십을 운영하고 있는 립모터는 지난해 열린 파리 모터쇼에서 글로벌 전략 모델 소형 SUV ‘B10’을 공개하고, 한국 진출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위협적 존재” vs “중국산 신뢰 낮아”
시장의 관심은 중국산 수입차의 성공 여부로 쏠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국 완성차의 한국 시장 안착에 대한 예상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 전문 컨설팅업체 AINs의 이항구 연구위원(전 자동차융합기술장)은 “1988년 우리나라에 수입차가 처음 들어올 때 잘 팔리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현재 점유율이 16% 안팎까지 오른 만큼 중국산 수입차도 안 팔리진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품질 컨트롤을 하면서 제품력이 크게 성장했고, 이미 유럽시장에서 한 번 검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관건은 가격과 중국산 브랜드에 대한 인식 변화 두 가지로 꼽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비야디가 국내 경쟁 모델 대비 가격을 얼마나 낮게 책정할 수 있는가가 중요할 것”이라면서 “초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때 우리 정부가 유럽처럼 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식의 대응은 보복관세로 돌아올 수 있어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일본 시장에서 비야디가 생각보다 진출 초기 성과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미미할 수 있단 반론도 있다. 비야디는 지난해 4월 일본 시장의 보조금 축소 이후 어려움을 겪으며 2년간 누적 판매량이 3188대에 그쳤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가 차지하는 국내 점유율은 수입차 브랜드가 많아도 크게 변동이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지는 않기 때문에 비중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산 전기차 공습이 거세지는 만큼 현대차그룹 역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6일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전기차는 전체 생태계 차원에서 같이 봐야 된다”며 “전기차 이후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까지 확장성을 고려하면서 경쟁력을 담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