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정윤지 수습기자] “점심 먹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나는 거에요. 놀라서 유리창 너머로 보니까 전기선이랑 널빤지 같은 게 내려앉는 소리가 났어요.”
|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23층짜리 한 아파트에서 불이 발생하며 소방관들이 10시간째 화재 진압 중이다.(사진=정윤지 수습기자) |
|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화재 현장 앞에서 만난 김모(75)씨는 이날 화재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직장이 이 근처에 있는 김씨는 “이날 오전 9시 20분쯤 출근했을 때도 소방차와 구급차가 막 와 있었다”면서 “금방 꺼질 줄 알았는데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불은 이날 오전 8시께 목동의 23짜리 한 아파트 건물 지하 주차장 2층의 재활용품 수거함에서 발생했다. 소방은 인력 292명, 장비 78대를 투입해 10시간 넘게 화재를 진압하고 있지만, 아파트 구조상 지하 내부로 진입이 어려워 완전한 진압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모양새다. 진화하던 중인 이날 오후 3시 30분께 건물 내 폭발이 발생하며 화재 진압 중이던 소방대원들이 긴급 탈출하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오후 6시 30분 현재 소방공무원 16명과 의용소방대원 1명이 경상을 입은 상황이다.
이날 기자가 도착한 이날 오후 5시 40분께 화재 현장에는 매캐한 연기로 가득했다. 인근 도로에는 출입 통제를 알리는 노란색 선이 설치돼 있었고,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린 소방대원들은 장비를 내려둔 채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사이 소방 헬기는 아파트 옥상에 대기하던 사람 1명을 구조하고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옥상에 대기하던 사람이 원래 3명이었는데 1명은 구조했으며 나머지 2명은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인근 주민의 목격담도 이어지고 있다. 목5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연종(26)씨는 이날 휴강 중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오전에는 이렇게 불이 클 줄 모르고 금방 마무리될 줄 알고서 수업을 진행하려 했다”면서도 “불길이 안 잡혀서 지금은 휴강 상태이며 학생들에게 문자도 보내놓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오후 3시에 폭발음이 들려서 가보니까 1층 김밥집 옆으로 천장이 주저앉았고 그 뒤부터 운영하는 학원에도 불이 날까 봐 주시하고 있다”면서 “폭발음은 엄청 크게 ‘펑’하는 소리였는데, 사람들이 재난 문자 알림이 왔을 때처럼 다 같이 놀랐다”고 말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의 입주민인 40대 남성 박씨는 이날 오전 아내와 12세 딸과 함께 탈출했다고 전했다. 아내와 딸은 옆 건물 지인의 집에 대기 중인 상황이라고 했다. 박씨는 “오전 8시 5분께 사이렌이 들렸다”면서 “처음에는 오작동인가 했는데 연기 냄새도 나고 해서 계단으로 내려가려 했는데 냄새가 너무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 주차장에 전기자동차가 얼마나 많은데 (걱정이 된다)”면서 “헬기도 처음에 안 띄운다고 했는데 입주민들이 하도 요구하니까 그제야 띄워서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