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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앞서 여러 차례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긴 했지만 막상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이행 단계에서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 등을 이유로 거부감을 드러내왔다. 여기에 10여년 전과는 다르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 대상은 보다 세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동결’ 요구로 북미 정상회담 진입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우리측 대북 특별사절단에 꺼낸 비핵화는 말 그대로 원론적인 수준이다. 조건부 북핵·미사일 도발 중단(모라토리엄)을 선언했을 뿐 어떤 방식으로 핵무기를 동결하고 이후 다시금 핵을 만들 수 없게 폐기할 것인지 플랜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나 2005년 9·19 공동선언, 2007년 2·13 공동선언 때와 크게 다른 점이 이 대목이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북핵·미사일의 개발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이를 포함한 현재 핵전력까지 폐기 대상에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핵개발 시설’과 달리 핵무기는 이동이 보다 수월하다는 점에서 더욱 검증이 어렵다. 북한이 비핵화의 큰 틀에 합의를 하더라도 실제 전력과 핵프로그램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정보를 제공할지는 알기 어렵다. 지난 1999년 핵시설로 의심되던 금창리 일대를 사찰할 때도 북한은 주권 침해행위라고 반발, 미국으로부터 60만톤의 식량지원 등을 받고 사찰을 허가했다. 미국은 사찰 결과 핵시설과 무관하다는 맥빠진 결론을 얻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반응도 내놓지 않는 시점에서 핵동결을 말하는 것은 다소 이르다”면서 “핵동결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으면서 북한의 대응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의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동결 이후 美 핵시설 폐쇄 및 봉인..불능화까지도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CVID는 폐쇄보다 높은 수준의 불능화(disabling) 과정이다. 핵시설을 폐쇄하고 봉인하는 수준을 넘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끔 하는 조치다. 원자로 핵심 장치인 노심을 제거하는 등의 기술적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는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성실한 보고서 제출이 선행돼야 한다”며 “미국은 만들어진 핵무기(과거핵)은 물론이고 앞으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시설이나 프로그램(미래핵)까지도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원하는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체제 보장)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불가침, 북미 수교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