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책’ 택시 기본료 인상 속 택시 플랫폼 기지개

정부, 심야 택시난 해소 위해 가격 인상 카드
소비자 부담 전가 우려 목소리
타다·우버 등 모빌리티 스타트업 시장 재오픈
  • 등록 2022-10-06 오후 5:01:47

    수정 2022-10-06 오후 5:01:47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이 택시대란 완화 대책을 꺼내면서 심야에 어려웠던 택시 호출이 수월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택시 서비스의 질이 이에 걸맞게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억압해온 모빌리티 사업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복잡다단한 택시비…서비스 증대는 미지수

국토부는 지난 4일 심야 시간대(오후 10시~오전 3시) 수도권 택시 호출료를 현행 최대 3000원에서 카카오T택시 등 중개택시는 최대 4000원, 카카오T블루 등 가맹택시는 최대 5000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시범 적용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올 연말부터 내년 2월까지 심야 할증요금과 기본요금을 인상해 택시대란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는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내년 2월부터 적용된다.

(사진=연합뉴스)
심야 할증 시간대도 다양하게 바뀐다. 그간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던 할증시간대는 오후 10시~오전 4시로 2시간 늘어난다. 심야 할증률도 오후 11시~오전 2시 사이에는 40%가 적용되고 나머지 시간에는 20%가 적용될 방침이다.

다만 제도가 정착하기까지 혼선은 불가피하다. 그간 단일하게 적용된 기본요금이 달라지고 할증률이 시간에 따라 바뀌면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가맹택시의 경우 시간대에 따라 기본요금이 6800원부터 1만1700원까지 8가지 경우의 수가 된다.

자영업자인 40대 남성 A씨는 “물가상승분에 따른 택시비 상승은 어느 정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심야 택시는 음주 후 탑승하는 일이 잦은데 복잡한 요금 체계로 승객과 기사 간 요금을 두고 다툼이 잦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모빌리티 혁신에 두 손 든 정부

국토부는 타다·우버와 같은 과거 모델을 활성화하는 한편, 새로운 플랫폼 운송 서비스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는 허가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그간 정부의 규제 속에 시장에서 퇴출돼야 했던 모빌리티 스타트업이 다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택시 규제개혁, 모빌리티 혁신을 통한 심야 택시난 완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앞서 타다는 ‘택시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 정부에서 좌절된 바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이 지난 2019년 1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1년 반 후인 2021년 4월부터 타다는 법으로 금지됐다.

우버 역시 지난 2013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해석을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벌이다 2년 만인 2015년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다만 우버는 SK와 함께 2021년 10월 ‘우티’(UT) 서비스를 재시작했다.

정부가 택시 산업 보호를 이유로 모빌리티 시장의 혁신을 막아섰지만 우버의 한국 진출 10년이 되지 않아 택시 대란이 일어나면서 결국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양새가 됐다.

모빌리티 시장 경쟁 가열

정부의 입장 선회로 택시 호출 시장 경쟁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주에 맞서 우버-SK가 합세한 우티, 토스-쏘카의 연합인 ‘타다’의 3파전으로 경쟁 구도를 이루고 있다.

빅데이터 전문 기업 TDI가 분석 플랫폼 데이터드래곤으로 올해 1~7월 국내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기기수를 분석한 결과 카카오T 앱 설치기기수는 약 1911만2000건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우티(88만6000건), 타다(37만8000건)가 이었다.

(자료=한국소비자원)
다만 실제 이용통계에서는 카카오T의 독주가 예상보다는 낮았다. 지난 8월 한국소비자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4월22일부터 29일까지 택시 플랫폼 이용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카카오T가 35.5%, 우티가 31.1%, 타다가 18.0%의 점유율을 보였다. 누적 이용 경험 횟수는 카카오T가 단연 앞섰지만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추후 시장 확대의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기여금 등 모빌리티 스타트업에는 여전히 규제안이 도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심야 택시 대란이라는 급한 불 끄기에 주력하느라 모빌리티 스타트업의 안정적 시장 진입에는 구체적인 당근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라며 “과거 업계를 옥죄던 규제가 있었던 만큼 보다 확실한 혁신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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