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가능성도 커지지만..北美, 여전한 아웃복싱

평창 폐막 계기로 방남한 北대표단 북미 대화 가능성 다시금 재확인
백악관 역시 ‘비핵화’ 전제로 한 대화 언급하면서 가능성 불씨 이어가
평창 이후 주도권 쥐기 위한 비판 메시지 수위 높아져
美, 해상봉쇄는 최대 압박 기조vs北, 최대 압박 전쟁행위 간주
  • 등록 2018-02-26 오후 4:55:34

    수정 2018-02-26 오후 4:55:34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6일 오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뒤 호텔을 나서고 있다. 정 실장은 김 부위원장과 오찬을 함께하며 북미대화와 남북정상회담 추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평창 동계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다시금 북미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여전히 미국과 북한은 거리를 두고 탐색전을 펼치고 있다.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류옌둥 중국 부총리를 접견, 북·미 대화를 촉구하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역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지만 미국과 북한은 압박·비판 기조로 기싸움을 벌였다.

文대통령 ‘비핵화’ 직접 언급..北美 조정자 역할 주력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김영철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비핵화’를 언급하면서 북·미 대화 주춧돌 쌓기에 전력을 다했다. 미국과 북한의 대화에 ‘북핵’ 문제는 빠질 수 없는 주제다. 문 대통령이 북한 대표단에 비핵화 로드맵을 설명하면서 대화 의제 조율에 나선 셈이다.

이 자리에서 북측 대표단은 별다른 반응 없이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핵화 언급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것만 하더라도 우리 입장에서는 이득이다. 그간 북한은 북핵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강경한 기조를 취해왔다. 문 대통령이 비핵화 로드맵으로 ‘선동결 후폐기’를 주창해왔던 만큼 적어도 ‘북핵 동결’이라는 한미의 의지는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북핵 동결의 의사만 밝힌다면 북·미 대화 분위기는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백악관은 김영철 부위원장의 대화 의지에 대해 “우리는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북한의 오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볼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이 북핵 문제 해결 입구로 ‘동결’을 택한다면 미국으로서도 제재와 압박 일변도로 나설 명분이 약해진다.

청와대는 26일에는 정의용 안보실장을 내세워 김영철 부위원장과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해 서로의 입장을 주고 받았다. 청와대는 “올림픽 이후에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균형 있게 진전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北·美 상호 비판 메시지 유지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는 다르게 미국과 북한은 여전히 데면데면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백악관은 북한의 대화 의지를 유의깊게 보겠다면서도 “최대압박 캠페인은 북한이 비핵화될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전히 대북 제재 및 압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주한미국 대사관은 26일 “이번 방한 기간 미국 대표단과 북한 인사와의 아무런 접촉도 없었다(no interaction)”고 냉랭한 북·미 관계를 재확인했다. 지난 9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회동이 만남 2시간 전에 취소되면서 폐막 기간에 북·미 접촉이 있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일었지만 주한 미 대사관에서 이를 일축한 것이다. 북한 역시 미국의 대북 제재 모드에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25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추가 단독 대북제재 조치를 두고 “그 어떤 봉쇄도 우리에 대한 전쟁행위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화 분위기가 높아지는 만큼 양측의 기싸움 역시 팽팽해지는 모양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영철의 방남 및 대미 접촉 여부와 ‘비핵화’ 문제는 완전하게 별개의 문제”라며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 전까지는 압박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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