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반간첩법 개정안은 간첩 행위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기밀 정보나 국가 안보·이익과 관련한 문건·데이터 등을 정탐·취득하거나 주고받으면 간첩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새 반간첩법이 발표된 후 만약 평범한 교민, 주재원이나 여행객들이 길거리를 지나다 사진만 찍어도 간첩 행위로 처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법이 규정하는 ‘국가 안보·이익’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몰라 중국 정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 교민이나 여행객들이 반간첩법으로 인해 처벌된 사례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과도한 우려였을 수도 있고 우리 교민들이 더욱 조심스럽게 생활한 덕분일 수도 있다. ‘간첩 행위’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아리송한 상태다.
이달부턴 걱정거리가 또 생겼다. 중국 국가안전부가 발표한 규정에 따라 7월 1일부터 국가안전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해 신체·물품 검사 등 ‘불심 검문·수색’을 할 권한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정보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내 사용이 금지된 페이스북·인스타그램·카카오톡 등을 공개적으로 이용할 경우 불심 검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 해명에도 우리 정부가 ‘카톡을 이용하면 검문을 당할 수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중국은 해외 주요 사이트나 앱의 접근을 차단했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비공식적으로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카톡 메시지 하나를 보내려고 해도 기존 중국 인터넷에선 여의찮다. 그런 교민, 여행객 모두가 검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의보를 내린 셈이다.
문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중한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가안전부는 일반 입국자 모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얘기했기 때문에 규정만 잘 지킨다면 우리 교민들이 그렇게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당연히 우려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5월 한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접속이 뚜렷한 이유 없이 차단됐다. 네이버 접속이 끊긴 지 1년이 넘었는데도 복구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중국을 다녀갔지만 이러한 실질적인 문제까지 살펴보고 갔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조심하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국민 안전을 보장해야 할 정부라면 걱정을 줄여줄 책임이 있다. 불안만 키우고 최소한 대책도 없는 자세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