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北美대화 가능성..그동안 '비핵화' 논의는?

北 "미국과 대화 용의 있다"·美 "비핵화 첫걸음이어야"
1993년 회담 이후 제네바합의, 9·19성명, 2·29 합의 등
"핵 '동결' 수준 북미 간 합의 쉽지 않을 것"
  • 등록 2018-02-26 오후 4:51:05

    수정 2018-02-26 오후 4:51:05

지난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중국 여성 정치인 류옌둥 국무원 부총리 등 참석자들이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지난 25년간 한미 양국 정부의 노력은 성공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의 만찬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과 북한은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 방침을 밝힌 지난 1993년 고위급회담을 시작으로 ‘비핵화’를 놓고 지난 25년간 대화 재개와 중단을 반복해왔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다시 한번 무르익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도 “이 같은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첫걸음인지 지켜보겠다”며 즉각 반응을 내놨다. 북미 간 대화 재개를 놓고 신경전을 지속하면서도 가능성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화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과 미국은 1993년 6월 북한이 유엔 안보리에 NPT 탈퇴 방침을 공식 통보하면서 발발된 제 1차 북핵위기로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당시 회담에는 미측에서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와 찰스 카트먼 국무부 한반도과장, 북측에서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과 김계관 순회대사 등이 참여했다. 이 회담으로 북한은 NPT 탈퇴를 유보했고 이어진 2차 고위급 회담과 실무접촉으로 핵사찰 수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1994년 북한이 다시 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다. 그 해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김일성 주석과 회담이 이뤄지면서 북미 대화는 재개될 수 있었다. 이 같은 대화를 바탕으로 북한과 미국은 핵동결과 경수로 제공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네바 합의를 이뤄냈다.

제네바 합의에도 불구하고 2002년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을 시인하면서 제2차 북핵위기가 다시 불거졌다. 1차 북핵위기 당시 북미 양자 간 이뤄졌던 대화는 다자간 협의 틀로 변화됐다. 2003년 1월 북한이 다시 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그 해 3월 베이징에서 북한과 미국, 중국 간 3자 대화가 열렸다. 당시 3자 회담은 성과 없이 종료됐지만 이후 중국의 중재로 8월부터 북한과 미국에 더해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가 참가하는 6자회담이 시작됐다. 이후 2004년 2차 회담까지 북한과 미국은 ‘동결 대 보상’과 ‘선 핵포기’를 주장하는 양측 사이의 팽팽한 대립을 이어갔다. 같은 해 3차 회담에서는 미국과 북한이 구체적인 협상안을 제시했다.

2005년 2월 6자회담 무기 중단을 선언했던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전력 공급을 약속받으며 다시 복귀했고 그해 7월 제4차 6자회담이 재개됐다. 제4차 6자회담 2차회의에서는 6자회담 처음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그 대가로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9·19 성명’에 합의했다. 이후 2007년 제5차 회담에서 9·19 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 ‘2·13 합의’, 제6차 회담에서 9·19 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2단계 조치로 ‘10·3 합의’가 이뤄졌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는 지난 2012년 2월 베이징에서 첫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중단 등을 중단하고 식량을 지원하는 내용의 ‘2·29 합의’가 도출됐다. 그러나 바로 그해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를 계기로 2·29합의가 파기됐고 북한은 2013년 3차 핵실험에 이어 지난해까지 모두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진행했다.

북한은 북미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에서도 핵개발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지난 2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어떤 제재도 도발도 위협도 우리의 핵보유국지위를 절대로 허물 수 없다“며 ”우리 공화국이 핵을 포기할 것을 바라는 것은 바다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북미 간 대화는 반드시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은 ‘비핵화’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최소한 비핵화 선언을 하고 실질적으로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핵과 미사일 실험의 ‘동결’ 수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북한은 핵무력 인정을 계속해 요구하고 있는 만큼 대화 테이블에 앉더라도 그 차이를 좁혀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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