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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다시 한번 무르익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도 “이 같은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첫걸음인지 지켜보겠다”며 즉각 반응을 내놨다. 북미 간 대화 재개를 놓고 신경전을 지속하면서도 가능성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화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과 미국은 1993년 6월 북한이 유엔 안보리에 NPT 탈퇴 방침을 공식 통보하면서 발발된 제 1차 북핵위기로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당시 회담에는 미측에서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와 찰스 카트먼 국무부 한반도과장, 북측에서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과 김계관 순회대사 등이 참여했다. 이 회담으로 북한은 NPT 탈퇴를 유보했고 이어진 2차 고위급 회담과 실무접촉으로 핵사찰 수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1994년 북한이 다시 NPT 탈퇴를 선언하면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됐다. 그 해 6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김일성 주석과 회담이 이뤄지면서 북미 대화는 재개될 수 있었다. 이 같은 대화를 바탕으로 북한과 미국은 핵동결과 경수로 제공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네바 합의를 이뤄냈다.
2005년 2월 6자회담 무기 중단을 선언했던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전력 공급을 약속받으며 다시 복귀했고 그해 7월 제4차 6자회담이 재개됐다. 제4차 6자회담 2차회의에서는 6자회담 처음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그 대가로 안전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9·19 성명’에 합의했다. 이후 2007년 제5차 회담에서 9·19 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로 ‘2·13 합의’, 제6차 회담에서 9·19 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2단계 조치로 ‘10·3 합의’가 이뤄졌다.
북한은 북미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에서도 핵개발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지난 2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어떤 제재도 도발도 위협도 우리의 핵보유국지위를 절대로 허물 수 없다“며 ”우리 공화국이 핵을 포기할 것을 바라는 것은 바다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북미 간 대화는 반드시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은 ‘비핵화’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최소한 비핵화 선언을 하고 실질적으로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핵과 미사일 실험의 ‘동결’ 수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북한은 핵무력 인정을 계속해 요구하고 있는 만큼 대화 테이블에 앉더라도 그 차이를 좁혀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