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법관은 조정이 필요해보인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조정기일을 지정해놓고서는 소송대리인에게 “조정할 의사가 없었으면 미리 말했어야죠. 저희가 시간이 남아돌아서 오늘 나온 줄 압니까?”라며 상당한 모욕감을 줬다고 한다. 재판에서의 불이익이 우려한 소송대리인이 법관에게 사과했지만 계속해서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B법관은 재차 무리하게 조정을 권유하며 “매우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닌 것 같다. 1심 판결도 잘못된 것 같다”며 불필요한 예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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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평가제도는 2008년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시작으로 순차 도입돼 2016년부터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에서 일제히 실시 중이다.
변호사가 실제 재판과정에서 겪은 구체적 경험들을 ‘긍정적인 사례’와 ‘부정적인 사례’로 구성했다. 세부적으로는 ▲공정 ▲품위·친절 ▲신속·적정 ▲직무능력·직무성실 4개의 항목으로 구분해 총 1717건의 사례를 담았다.
상대방인 피고가 항변을 하지 않았음에도 법관이 항변권 내용을 법정에서 직접 언급함으로써 변론주의를 위반한 사례도 접수됐다. 해당 법관은 합의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것처럼 언급을 하면서 사실상 합의를 강요했다고 한다.
부적절한 재판 진행 사례도 있었다. 변론기일 도중 피고를 다그치고 심지어 변론 도중 다 들리는 말로 “피고가 쌩깐(무시한) 거잖아요”라며 비속어를 사용한 법관 사례가 있는가하면, 서면을 변론기일보다 1주일 전에 제출하면 “기일보다 며칠 전에 읽어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변론기일 직전 2~3일 내에 제출하면 “지난주에 기록을 보고 이번 주에는 보지 않아 못 보고 들어왔다”고 말하는 법관도 있었다고 한다.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합리적 소송지휘권 행사”
고압적인 태도로 모욕적인 발언을 하거나 예단과 선입견을 드러내는 등 부적절한 모습을 보인 법관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수록된 사례 중에는 재판과정에서 소송법상의 절차를 준수하고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노력하며 합리적인 소송지휘권을 행사하는 등 법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C법관은 재판 전에 사건의 쟁점을 충분히 파악한 후 변론기일에는 실질적인 심리와 쟁점 정리가 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특히 변론기일마다 직접 양측의 주장을 요약해 사건의 쟁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였다.
E법관은 피고인의 상황 및 신체 상태 등을 고려하고 선입견이나 예단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재판을 진행했고 피고인 및 변호인에게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하고 언행에 품위가 있었다고 한다. 재판 시각의 준수, 기일의 신속한 지정,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적절한 소송지휘권 행사 등 재판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판결문을 통해 논리적으로 충분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법관평가는 법관과 대면해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의 직접적인 경험에 기초해 이뤄졌다.
김영훈 대한변협회장은 “올해 첫 발간된 ‘법관평가 사례집’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제고하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사법제도를 선진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추후 법관인사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는 자료로써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2023년 법관평가 사례집’을 대법원 각급 법원 및 유관 기관에 순차적으로 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