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언유착” vs “저급욕설”…與野, 경제 초비상에도 ‘비속어 논란’ 몰두

野, 박진 장관 해임 건의안 의결할듯
與 , “명백한 조작사건” 총력 대응
민생특위 처리안건 2건뿐…법안 뒷전
  • 등록 2022-09-28 오후 5:39:41

    수정 2022-09-28 오후 5:39:41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고 고물가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는 고사하고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벌어진 비속어 발언 이후 여야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당 지도부는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이 꺼내든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저지하기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을 찾아 중재를 요청했다. 또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최초로 보도한 MBC를 방문해 박성제 MBC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여당에서는 이번 MBC 보도를 한미 동맹을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자막 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정언유착을 규명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박대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권성동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날 항의 방문에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위원장을 맡은 박대출 의원은 “대통령의 순방 외교를 헐뜯는 조작 방송의 진상을 규명하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아무리 외교 참사로 비하하려고 해도, 이것은 실패한 보도 참사다. 실패를 책임지고 박성제 MBC 사장은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모 언론, 지라시 공급자 등 세 사람이 모여 완성한 자막조작 사건의 마지막 퍼즐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그 이전이라도 민주당과 유착한 언론 등이 반성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야당은 정부 외교 총책임자인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해 당론으로 채택, 오는 29일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비속어 논란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며 “제1야당으로서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날선 비판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오는 29일 열릴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이면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무위원 재적 의원 3분의 1(100명) 이상 발의와 과반(150명) 찬성으로 의결된다. 민주당은 현재 169석을 차지하고 있어 단독 의결이 가능하다.

이러는 사이 국내 경기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대 악재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여야가 윤 정부 첫 정기국회에서 민생을 제1의 우선과제로 내세워 각각 10대 민생입법, 7대 법안을 내세웠지만 노란봉투법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을 놓고 격렬히 충돌하고 있다. 또 최근 불거진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면서 민생법안 심사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당장 여야 합의로 구성된 민생경제 특위가 지난 7월 발족한 이후 현재 유류세 탄력세율 확대와 직장인 식대비 비과세 한도 상향 등 2건을 법안 처리했지만 이외에 다른 안건 처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다음달 4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 이후 내년 예산안 심사 등 국회 일정을 고려하면 민생특위 운영 시한인 10월31일 전까지 이들 안건을 논의만 하기에도 촉박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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