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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2019년 미국 로스쿨 졸업 동기인 엔젤 느와추쿠와 사만타 심슨은 약 1년 반 동안 뉴욕에서 아파트를 빌려 함께 생활했다. 가장 친한 친구인 두 사람은 미래 투자처에 대해 논의했다. 주식·채권 거래부터 각종 사업까지 얘기가 오갔으나, 최종적으로는 주택 구매를 결정했다.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떨어진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이들은 교외로 이동하는 대열에 합류, 대출을 받아 워싱턴DC 시내의 타운하우스를 구입했다. 느와추쿠는 “이제 (상승한) 주택 가격을 볼 때마다 (갚아야 할 대출금이) 반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생애 첫 주택 마련의 꿈을 친구 또는 룸메이트 등과 ‘공동구매’를 통해 이루려고 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늘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현재 미국 주택 구매자 중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등에 따른 부채 부담조차 만만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 이들 세대의 주택 구매 여력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공동 소유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앤디 서킨은 “지난 5년 동안 주택 공동구매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1년에 5건 정도였는데, 최근엔 매주 2~3건 문의가 오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결혼이나 출산을 이전 세대보다 늦추는 경향이 있고 혼자 살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며 세대만의 문화적 특성 때문에 공동구매 경향이 강해진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지만 “모두가 혼자 살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이(공동구매) 시장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통해 발판을 마련하길 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 전역의 부동산 및 임대 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천정부지 치솟은 것이 공동구매 움직임을 부추긴 것으로 파악된다. 미 최대 임대주택 플랫폼인 드웰시에 따르면 올해 임대료 평균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9.6% 상승했다. 부동산정보회사 렌트카페도 올 상반기 임대료가 전년 동기대비 13%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질로 데이터는 지난 9월 임대료 평균이 전달보다 200달러(11.5%) 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WSJ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단독으로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닌 환상처럼 느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일부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은 파트너, 친구 또는 룸메이트와 재정을 공동 부담하는 보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이를 실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쾌적한 공기를 원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공동구매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NAR의 인구통계 및 행동통찰 담당 부사장인 제시카 라우츠는 “팬데믹 기간 동안 주택 가격은 오르고 있는데, 임대 주택에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은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더 넓은 공간을 원했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룸메이트와 함께 구매하러 가자고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