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남편 19년 간병 끝 살해한 아내…항소심도 징역 3년

'간병 스트레스'로 남편 살해 후 극단적 시도
1·2심 모두 "심신 지쳐 판단력 떨어져" 인정하면서도
'계획적 살인'에 실형 불가피하다고 판단
다만 양형기준 징역 5~8년 보다 가벼운 형 선고
  • 등록 2020-07-13 오후 3:50:54

    수정 2020-07-14 오전 9:37:02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지체 장애 2급 남편을 19년간 간호해 오다 남편을 살해한 60대 아내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간병 스트레스’를 인정하면서도, 계획적 살인이었다는 점에서 실형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최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68)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고, 20년 가까이 남편인 피해자를 보살펴 왔다”면서도 “다만 피해자가 자신에게 짜증을 내고 욕설을 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에 대한 원심의 형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형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박씨의 항소 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

앞서 박씨의 남편인 A(71)씨는 2000년 2월 교통사고를 당해 2년간 병원에 입원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박씨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A씨를 19년 동안 홀로 보살폈다.

다만 불편해진 몸으로 A씨의 짜증과 욕설이 심해졌고, 박씨는 A씨에 대한 지속적인 간병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9월 물리치료를 받고 온 A씨가 ‘오랫동안 병원에 다니고 약도 먹었는데 왜 이렇게 좋아지지 않는가’라며 짜증을 내며 평소보다 심한 욕설을 하고 급기야 폭행까지 시도했다.

이에 박씨는 A씨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마음먹고, 다음 날 새벽 잠든 A씨를 목졸라 살해한 뒤 자신도 수면제를 복용해 자살을 시도했다. 다만 박씨는 아들에게 발견돼 살아남았다.

1심에서는 박씨가 오랜 간병 생활에 지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계획적 살인’이라는 점을 지적,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는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희생하며 A씨를 간병하는 동안 정신적·육체적으로 몹시 지쳤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사건 범행도 이 탓에 판단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족인 자식들은 피해자를 잃은 슬픔은 매우 크지만, 오랫동안 피해자를 간병하며 힘겹게 살아온 어머니인 박씨마저 장기간 수감생활로 고통받을까 걱정하며 박씨에 대해 법률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관용이 허락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계획적 살인’ 양형 기준인 징역 5~8년의 하한을 벗어나 징역 3년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역시 이 같은 1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한 이유로 한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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