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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지난 27일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부동산투자 논란으로 재산공개 사흘 만에 사직한 데 이어 일주일 전 임명된 김한규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농지법 위반(투기)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김 비서관은 투기가 아니며 조속히 처분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청와대 인사 검증이 미흡했다며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목했다.
청와대는 김 수석 책임론에 일단 선을 긋고 있지만, 거듭된 인사 미흡에 속이 복잡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부실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고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완전하지 않고 부족함이 있음을 이미 설명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인사 미흡의 책임을 김 수석에 돌릴 수 없다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수석 교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앞으로 인사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거쳐서 국민과 언론 앞에 말씀을 드리면 언론의 검증이 시작된다. 이 일련의 과정이 모두 검증”이라고 했다. 향후 인사 과정에서도 검증 실패가 재현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가혹한 인사 ‘단두대’, 자초한 청와대
거듭되는 인사 실패는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비판이 더욱 뼈 아픈 대목이다. 고위공직자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가구 1주택 원칙을 지키라고 주문한 것이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다. 이 때부터 고위공직자들은 부동산 인사 ‘단두대’에 세워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지침은 점점 강화됐다. 애초 지침은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예외로 인정하는 것이었지만, 점점 예외 없이 1가구 1주택을 보유한 사람만이 문 대통령의 인사 대상이 됐다. 이 부분을 홍보한 것 또한 청와대였다.
문제는 이처럼 좁은 검증의 문을 통과하는 인사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토로한 어려움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그냥 제쳐두고 오히려 흠결만 놓고 따지는 그런 청문회가 되고 있다”며 “자기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하면서 신망받고 살아온 분들이 무안 당하기 십상인 청문회에 앉고자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현안이었던 청문회를 예를 들어 설명한 것이지만, 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청와대 비서관 등 인사들도 ‘여론의 법정’에 세워지기는 마찬가지인 만큼 적당한 인재를 찾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추측된다.
그나마 가혹한 부동산 검증대가 집값을 잡는 데 역할을 했다면, 문 대통령은 위안을 삼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집값은 이를 비웃듯 상승하고 있다. 투기근절도 먼 일이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주 국회에서 부동산 투기 대응과 관련해 “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어디에서 훔쳐라도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결국 문 대통령 임기 말까지 부동산과 능력있는 인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힘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