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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서류(자료) 제출 요구목록, 000의원실` 공무원 혹은 공공기관 직원이라면 가장 보고 싶지 않은 문서 중 하나다. 그 만큼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자료 요구권이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휘둘러야 하는 이 칼자루를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의원의 행동이 밝혀져 논란이다.
경찰은 지난달 말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 4명에게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 이들은 지난 4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 참석을 막기 위해 의원실을 불법 점거해 특수감금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 중 비교적 자료가 명확한 해당 사건부터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국회에서도 외압을 멈추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에서는 “명백한 외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바른미래당 역시 “자신들의 죄를 덮기 위해 물불 못 가리는 행태가 안타까울 뿐”이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논란의 당사자는 생각이 조금 다른 모양이다. 이채익 의원은 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 간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통상적인 상임위 활동”이라고 해명했다. 정당한 의정활동의 한 부분이었을 뿐 외압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경찰 역시 국회의원이 비공개를 요청한 자료요구 내용이 어떻게 외부에 알려지게 됐는지 그 경위를 하나도 빠짐없이 밝혀야 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오히려 기사 유출 경위를 따지며 피감기관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정당한 활동’이었지만 ‘자료 요구는 비공개’였다는 이채익 의원의 논리, ‘일반인도 할 수 있는 일 아니냐’는 이종배 의원의 해명 모두 일반인으로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만일 일반인이었으면 자신이 수사 받고 있는 와중에 자신에 대한 수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답은 아마 해당 의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을 보호하라고 국회의원에게 쥐어준 자료 요구권이 상식적으로 활용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