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저은 경협株 오너들
지난 4월 27일 첫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지금까지 약 두 달 동안 국내 증시는 남북 경협주(株) 장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대표 경협주로 거론된 건설사 현대건설(000720) 주가는 4월 27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약 22% 올랐다. 시멘트주인 현대시멘트(006390)의 경우 같은 기간 154%나 급등하기도 했다. 남북 경협 테마가 확산되며 주가가 오르자 최대주주의 주식 처분 사례도 늘었다.
시멘트업체인 한일시멘트(003300)는 이 기간 최대주주가 가장 많은 금액의 지분을 처분한 곳 중 하나다. 허남섭 전 회장은 지난달 10~15일 네차례에 걸쳐 보유 주식 10만주를 약 184억원에 팔았다. 평균 처분가격은 주당 18만4000원 가량이다. 2016년만 해도 주가가 7만원대였고 올 초에도 10만원을 조금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규모 차익을 거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시멘트주 고려시멘트(198440)도 강대완 회장이 지난달 31일과 이달 4일 100만주를 처분했다.
대북 송전주로 관심을 받은 대원전선(006340)은 서명환 대표와 아들인 서정석 상무가 지난달 11일 14일 총 200만주를 49억원 가량에 처분했다. 평균 처분가는 주당 2457원으로 지난해말(1075원)보다 두 배 가량 높다. 주가 급등기에 부자 경영진이 쏠쏠한 이득을 본 셈이다.
책임경영 논란 소지…섣부른 투자 주의
단순히 지분 처분이 아니라 최대주주 지위가 바뀐 사례도 여럿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 남북 경협주로 분류된 기업 중 대한제강(084010) 이화전기(024810) 중앙오션(054180) 등은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변경 소식을 알렸다.
이화전기는 당초 개인주주가 2.5% 가량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던 회사다. 대북송전주로 분류되며 올 2~3월 주가가 60% 가량 올라서 주목 받다가 6월 들어 계열사인 이트론이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대한제강은 지난달 오치훈 사장이 70만주를 시간외매도해 아버지인 오완수 회장이 최대주주로 바뀌기도 했다.
장기 경기 침체로 주가 침체를 겪은 제조업체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이번 상승장이 모처럼 찾아온 기회일 수도 있다. 다만 남북 경협 수혜 기대감으로 해당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경영권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대주주 지분 처분이 많았던 한일시멘트, 고려시멘트, 남광토건, 제룡전기 등은 이달 들어 주가가 두자릿수대 하락폭을 기록 중이다.
한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당장 북한 개발에 따른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주가가 선반응하면서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았을 것”이라며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도 섣불리 투자하기보다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