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한 마디에 몸낮춘 은행들…5대은행서 홍콩H지수 '전부 퇴출'

신한·우리·농협 이어 국민·하나도 '홍콩H' ELS 판매 중단
현재 상태로는 3조~4조원대 원금 손실 불가피할 듯
이복현 원장 "상품 권유 은행 책임 있다" 발언 후폭풍
  • 등록 2023-11-30 오후 4:59:55

    수정 2023-11-30 오후 7:22:15

[이데일리 정병묵 정두리 서대웅 기자] 은행이 판매하는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지수(ELS) 상품의 대규모 원금 손실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중 5대 은행의 ELS 포트폴리오에서 홍콩H지수가 모두 사라지게 됐다. 이미 판매를 중단한 신한·우리·NH농협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동참한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ELS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은행들이 알아서 꼬리를 내린 형국이다.

신한·우리·농협 이어 국민·하나도 ‘홍콩H’ 상품 판매 중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감원-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홍콩H지수 ELS 상품을 팔지 않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손실 가능성이 커진 홍콩 H지수 편입 ELS 상품 판매를 오늘부터 중단했다”며 “다만 홍콩 H지수를 제외한 다른 지수들은 박스권에서 흐름을 보이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보장하기 위해 홍콩 H지수가 편입된 ELS 상품 판매만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다음달 4일부터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펀드(ELF)·주가연계신탁(ELT)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홍콩H지수가 예상치 못한 하락을 지속해 역사적 저점을 형성하면서 기존에 판매한 홍콩H지수 편입 ELT·ELF 만기 손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현재 상황을 종합 점검하고 향후 판매 방향을 정하기 위해 홍콩H지수 편입 ELT·ELF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신한·우리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홍콩H지수 편입 ELS 판매를 중단했으며, NH농협은행은 지난달 초부터 원금비보장형 ELT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ELS를 사모·공모를 통해 펀드(ELF)와 신탁(ELT) 형태로 판매해왔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ELT는 ‘홍콩H’는 물론 ‘닛케이 225’, ‘S&P500’, ‘유로스톡스50’ 등 각국 대표 지수 3개 정도를 연계한 상품이다.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어섰으나 그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600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5000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5대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ELF·ELT의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규모는 지난 17일 기준 약 8조4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4조772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NH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우리은행(249억원) 순이었다. 상품 구조와 주가 수준을 감안했을 때 현재 상태로는 3조~4조원대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이복현 원장의 말 한 마디로 이날부터 시중 5대은행이 모두 홍콩H지수 관련 상품을 취급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원장은 29일 “저도 눈에 잘 안 들어오고 안 읽히는 게 ELS 상품 약관인데 고령자들이 그냥 자필서명하고 질문에 ‘네 네’ 답변했다고 해서 상품을 권유한 은행이 책임 없다고 볼 수 있느나”라고 비판했다. 또 “일부 은행에서 ELS 관련 ‘소비자 피해 예방조치가 됐다’고 운운하는데 자기 면피로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금감원은 이날 오전만 해도 ‘은행에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를 중단하라고 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서민 담당 부원장은 이날 미디어 브리핑에서 “DLF(파생결합펀드), 라임 및 디스커버리 사태 등을 겪으면서 은행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고난도 상품을 판매하는 게 맞느냐의 이슈가 많았지만 내부통제 등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면 판매할 수 있다고 봤다”며 “DLF 사고 이후 당시에도 (고난도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 하느냐 마느냐 논란이 많았지만 당국이 무조건 중단하라고 하기에도 어렵다”라고 언급했다.

“고령자에겐 약관 어려워” 발언에, 뿔난 70대

한편 이복현 원장의 전날 발언을 두고 일부 70대 어르신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 ELS의 복잡한 상품 약관을 두고 노인들의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의 발언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을 고령층에게 무분별하게 판매한 은행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의도치 않게 일부 고령 금융소비자들의 심기를 거스른 것으로 보인다.

70대 남성 이모씨는 “마치 모든 고령자의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말처럼 들린다”라며 “70대 이상 노인들에게는 ELS도 팔지 말아야 한다는 얘긴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70대 박모씨는 “일반 정기예금 약관도 복잡한데 일일이 다 해독하면서 읽고 가입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노인들은 정기예금도 들지 말라는 얘기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준수 부원장은 “어제 (이복현) 원장이 고령층에 판매한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금감원에 36건 정도 민원이 접수됐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고령층에 판매했을 개연성이 있고 원장도 이를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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