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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정유업계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석유제품에서 원유 및 수송비 등을 뺀 가격)이 약 7개월 만에 배럴당 1달러대 이상으로 진입하면서 정유사들의 하반기 실적 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29주간 마이너스(-) 정제마진 또는 배럴당 0.1~0.5달러 수준에 그쳤던 정제마진이 최근 휘발유 마진 개선 등으로 개선되는 모양새다. 3분기엔 흑자전환도 조심스레 예측돼고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성수기 효과를 보지 못한 탓에 큰 폭의 이익 개선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5주 기준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5달러를 기록하며 전주대비 1달러 올랐다.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지난 9월 2주 이후 3주 연속 플러스(+) 기록이다. 특히 정제마진이 배럴당 1달러 이상으로 안착한 것은 지난 3월 2주 이후 29주(약 7개월) 만이다. 그간 정제마진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오다가 가끔 플러스로 전환, 배럴당 0.1~0.5달러 사이를 반복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배럴당 1달러 수준의 정제마진도 아직 정상단계라곤 볼 수 없지만 워낙 그동안의 정제마진이 최악이었던만큼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제마진이 그간 ‘제로’(0)의 영역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다가 드디어 1달러대로 안착했지만 여전히 정유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일반적으로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때문에 정제마진이 1달러대에 진입했더라도 정유사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1달러대 정제마진은 당장 정유사들의 수익에 도움을 주진 않지만 정제마진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더불어 지난 4월 배럴당 최저 13달러선까지 내려갔던 국제유가(두바이 기준)도 이달 2일 기준 38달러까지 오르면서 정유사들의 재고평가손익도 일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증권가에서도 올 3분기 국내 정유사들의 흑자전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439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SK이노베이션(096770)은 올 3분기엔 약 1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1643억원의 손실을 냈던 에쓰오일도 약 2000억원의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2분기에 132억원 규모의 ‘깜짝흑자’를 냈던 현대오일뱅크와 133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GS칼텍스 역시 약 1000억원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올라도 전반적인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정작 가격을 연동해 인상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마진은 더 악화됐다”며 “정제마진이 올 4분기 들어서도 안정적인 오름세를 이어가지 못한다면 정유업계의 불황은 올해를 넘겨 내년 초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