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과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이사, 홍은택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2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특별좌담회에 참석해 현실이 돼 버린 대기업 규제 제도의 문제점을 각사 처지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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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에게 선물 받은 병아리 10마리로 현재의 하림그룹을 일군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중견 이상 되는 기업이 0.2%이고, 99.8%가 중소기업인데 이는 대기업이 12% 정도, 나머지가 중소기업인 네덜란드와 독일과 다르다”면서 “그런데도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대규모 지정제도 같은 것으로 차별적으로 규제하면 몇 년 지나지 않아 국내 중소기업들은 외국 대기업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앞으로 5년 뒤면 포춘 500대 기업에서 중국계 기업이 130개, 140개가 되고 우리는 10개 수준으로 머물 수 있다”며, “대기업이 되고 나니 친가로 처가로 6촌, 외가로 4촌까지 규제하더라. 처가 집 6촌까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고, 지구 상에 이런 걸 규제하는 나라가 있는가. 공정위에 애로점을 이야기하니 야당도 있고, 국회도 있으니 고칠 수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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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은 1991년 설립된 제약사로 국산 1호 바이오시밀러(복제 바이오 의약품) 관절염 치료제인 램시마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대기업집단이 됐다. 이 회사의 국내 매출 비중은 3% 밖에 안 된다.
그는 “전 세계 제약 시장은 1000조 원이 넘는데 우리나라는 18조밖에 안된다”면서 “암젠이나 화이자 같은 회사들은 매년 8조, 10조를 R&D에 투자한다. 우리 기업들도 빨리 성장하고 규모가 커져 제2, 제3의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하는데, 5조에 묶여 여러 규제를 받는다면 정부가 육성코자 하는 바이오산업과 궤를 같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되면서 당장 R&D 세액공제도 줄어들었다고 했다. 김형기 대표는 “셀트리온은 매년 2000억 원을 R&D에 투자하는데 올해는 3000억 원을 한다”며 “그런데 중견기업이었을 때에는 8% 세액공제를 받았는데 대기업이 되면 유예기간 없이 바로 3%로 축소된다. 좀 더 많은 재원으로 임상하고 나가야 하는데, 국내 매출은 3%밖에 안 되는 우리를 국내 매출이 대다수인 다른 대기업과 똑같이 규제하는 게 합리적인가?”라고 되물었다.
카카오(035720)는 빠른 변화가 특징인 정보기술(IT)업계의 특성상 기업인수합병(M&A)은 불가피한데 대기업 집단이 되면서 쉽지 않아졌다고 밝혔다.
2010년 출시된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는 택시, 검색, 게임, 음악, 대리기사, 결제, 은행, 인터넷벤처투자 등을 하는 인터넷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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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종의 경우 시장의 변화 속도를 기업 내부 변화가 쫓아가기 어렵기때문에 M&A가 활성화돼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44개 계열사 중 40개 정도의 스타트업을 가지고 있는 카카오는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자금조달과 인재영입에 어려움이 생겼다고 전했다.
홍 부사장은 “카카오가 투자한 회사들의 평균 85억 원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이 되면서 이분들은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를 받지 못하고 병역특례 요원도 받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국가가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 입찰이 제한되고, 알파고 같은 지능형 로봇 개발을 지원받는 프로젝트는 물론 중소기업 적합 업종은 카카오 계열사라는 이유로 참여할 수 없게 됐다”고 부연했다.
카카오 본체의 경쟁력 약화도 우려했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같은 기업은 모두 하는데 저희는 어렵다. 법 개정을 통해 핀테크 혁신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면서 “대기업 규제의 취지는 소수 지분으로 순환출자를 통해 여러 기업을 통제하거나 연대 채무 보증을 통해 기업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거나 가족경영을 막자는 취지인데 카카오는 그런 문제가 전혀 없다. 유일하게 자산기준이 5조 원을 넘어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또 “네이버도 곧 비슷한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인터넷기업들은 IT라는 단일업종에 집중한다는 점을 고려해 규제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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