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로봇과 인간의 공존…네이버 ‘1784’서 미래를 보다

산업혁명 의미 담은 ‘1784’, 로봇친화 기술력 ‘강조’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40여대 전층 누비며 택배 배송
‘고흐 자화상’ 그리는 섬세한 드로잉로봇 기술도 눈길
모든 공간 얼굴인식 ‘프리패스’, 사내의원에도 AI기술
  • 등록 2022-04-14 오후 4:20:03

    수정 2022-04-14 오후 4:20:03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위잉~.’ 약 60cm 높이의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이 줄지어 이동한다. 가슴팍에 택배 상자를 품은 이 로봇들은 파란 선으로 이뤄진 전용 통로를 따라 엘리베이터 앞에 멈춘다.

‘로보포트’로 불리는 엘리베이터는 사람들이 들어가지 않는, 자율주행 로봇들만 탈 수 있는 전용 공간이다. 대기하던 자율주행 로봇들은 2대의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택배 상자를 직원들의 업무 공간 바로 앞까지 배달해준다.

14일 오픈한 네이버(035420)의 신사옥 ‘1784’의 한 풍경이다. 이곳은 ‘테크 컨버전스 빌딩’을 콘셉트로 건축된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이자, 네이버의 미래가 담긴 ‘기술거점’이다.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미래를 ‘1784’에서 체험해봤다.
네이버 ‘1784’에서 서비스 로봇 ‘루키’가 직원들의 택배 배송을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자율주행로봇이 택배 배송, 연내 100대 확대

‘1784’는 이름에서부터 의미가 남다르다. 정자동 178-4번지라는 주소에서 착안했던 초기 프로젝트명을 그대로 건물명으로 삼았다. 여기에 역사적인 의미도 부여했다. 증기기관이 발명돼 1차 산업혁명(기계화)이 본격화한 1784년이라는 뜻까지 추가했다. ‘혁신이 현실화한 공간’이란 의미다.

이날 방문한 ‘1784’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6층 공간이었다. ‘로봇 딜리버리존’이 있는 공간으로 네이버의 브레인리스(GPU가 클라우드에 있는)서비스 로봇 ‘루키’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루키’는 네이버랩스 로봇플랫폼 ‘어라운드’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6층에서 관리자가 택배 정보를 입력한 후 ‘루키’에게 전달하면 직원들이 앉아 있는 자리 앞까지 배송해준다. 현재 건물을 누비고 있는 ‘루키’는 40여대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재택근무자들이 많아 로봇 운영을 100% 하지 않고 있다”면서 “연내엔 100여대까지 ‘루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로봇들이 ‘1784’를 누빌 수 있는 건 모든 로봇들의 ‘두뇌’가 될 클라우드 기반의 멀티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 ‘아크’ 덕분이다. ‘아크’는 로봇과 인프라 제어, 로봇의 이동을 담당하는 기능들이 결합된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수많은 로봇들을 효율적으로 제어한다.
네이버랩스가 개발 중인 양팔로봇 ‘엠비덱스’. (사진=네이버)


로봇기술 산실, 다양한 네이버 기술 접목 ‘눈길’

2층은 네이버 로봇개발의 핵심이다. 네이버랩스가 이곳에 들어와 다양한 로봇들을 개발중에 있다. 2층에서 가장 눈길을 끈건 양팔로봇 ‘엠비덱스’다. ‘엠비덱스’는 네이버랩스가 한국기술교육대학교와 협력해 개발한 로봇이다.

분주하게 서비스 로봇 ‘루키’의 머리와 몸통을 닦아주는 ‘엠비덱스’의 모습은 기대 이상으로 부드럽고 정교했다. 네이버랩스 관계자는 “아직은 개발 단계로 조만간 ‘1784’내 카페 등의 공간에 ‘루키’를 소독하는 파일럿 서비스를 테스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켠엔 드로잉 로봇 ‘아르토원’이 열심히 고흐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었다. 이 로봇은 적절한 힘 제어 기술을 적용해 섬세한 붓터치를 실현했다. 안전하고 정밀한 힘 제어 로봇 기술과 사람의 운동지능을 학습하는 태스크러닝 기술이 접목됐는데, 실제로도 사람의 손놀림과 매우 흡사했다.

‘1784’엔 로봇 이 외에도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들이 접목됐다. 네이버 관계자와 함께 곳곳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심이 갔던 부분은 마스크를 낀 상태로도 얼굴인식이 되는 ‘클로바 페이스사인’ 기술이었다. 식당, 편의점, 업무지원센터 등 그 어느 곳에서도 이동이 막히는 곳이 없었다. 바로 앞까지 가지 않더라도 2~3m 앞이면 얼굴인식이 됐다.

사옥 내 네이버 부속의원도 신선했다. ‘클로바 헬스케어’ 기술을 적용해 환자 병력 청취를 온라인으로 수행하면 인공지능(AI) 기술로 이에 따른 진찰사항을 의료용어로 자동변환 해준다. 병원 내방시 소용되는 시간을 단축해준다. 또 AI 요약 기술을 통해 과거 검진결과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 분석해주는 것도 눈길이 갔다.

이날 둘러본 ‘1784’는 한 기업의 사옥이기도 했지만, 어떤 측면에선 다양한 기술 융합의 산실이라는 느낌이 더 컸다. 국내 어떤 대기업에서 이처럼 신선하고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을까. 과감한 혁신은 오로지 기술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운영 중인 네이버만의 강점이다. 로봇기술과 인간의 공존, ‘1784’의 역할이 기대된다.

‘1784’에 있는 네이버 부속병원 전경. (사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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