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심 놓고 문재인 ‘조급’ 안철수 ‘불안’

내년 대선 앞두고 호남 지지 확보 경쟁 본격화
문재인 한 달 동안 4번 찾아, 파격 행보 아쉬워
안철수 1박2일 방문, 지지율 하락 반전 어려울 듯
  • 등록 2016-05-18 오후 6:13:08

    수정 2016-05-18 오후 6:13:08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18일 나란히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의자 하나를 사이에 둔 문 전 대표와 안 대표는 어색하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행사 내내 두 사람 간에는 침묵이 흘렀다. 두 대선주자가 만난 건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처음이다. 약 5개월만이다.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4주기 추모미사에 참석했던 두 사람은 그 때는 안 대표의 신당 창당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기념식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던 것은, 총선에서 호남권 28석 중 23석을 차지한 안 대표,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를 은퇴하겠다고 배수진까지 쳤으나 3석에 그친 문 전 대표의 처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총선 결과보다는 본격화된 대선 경쟁이 두 사람 간에 긴장감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있어 보인다. 야권 대선주자는 호남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대선주자로 선출될 수 없다. 현재 두 사람은 호남의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급한 쪽은 문 전 대표다. 더민주는 이번 총선에서 호남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았다. 수십년 동안 누려온 호남권 여당 지위를 상실했다. 선거 막판 광주와 전·남북을 두 번이나 방문하며 정계은퇴와 대선불출마까지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했던 문 전 대표도 레드카드를 받았다. 여전히 대선주자 1·2위를 다투는 유력한 대선 주자이지만, 호남의 심판은 뼈아프다. 문 전 대표가 총선 후 한 달여 동안 호남을 4번이나 찾았던 이유이다. 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과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김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고 지난 1일에는 지인들과 함께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에서 전북 남원 실상사까지 산행을 했다. 지난 9~10일에는 1박2일 일정으로 전북을 찾아 천이두 선생을 병문안했고 전주 신흥고에서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새만금 현장을 들러보고 익산 원불교 본부를 방문해 종단 지도자들도 예방했다. 문 전 대표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16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찾은데 이어 17일에는 오월어머니집에서 마련한 주먹밥 나눔 행사에 참여한 뒤 5·18민주화운동 전야제에 참석해 시민들을 만났다.

◇문 전 대표, 호남서 예전 지지율 회복 어려워… 문 전 대표측도 조급함에 자성 = 문 전 대표측은 시민 신분으로 돌아가면 자유롭게 호남을 찾아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호남민심을 얻기 위한 노력이라는 의미가 바뀌지는 않는다.

호남 민심은 이러한 문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바라볼까. 썩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광주 정치권 인사는 “문 전 대표에 대란 비토 중에 호남 홀대론과 연결해서 친노패권 이런 것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게 굉장히 크다”며 “파격적인 행보가 없는 한 예전 지지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 동안 4번 방문하며 호남 구애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문 전 대표측에서도 일부 조급함이 있었다고 자성했다. 한 측근은 “(문 전 대표의 행보가) 조급해 보인다”며 “호남은 한편으로는 자존심도 회복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기고 싶은 것이 혼재해있다. 상처를 안고 있다. 격렬한 계기가 있거나 대선 후보 구도에 극적인 뭐가 없으면 호남이 문 전 대표를 전적으로 지지해주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총선 후 여유가 있었던 안 대표도 급해졌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호남에서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당 지지율 전체를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여론조사기관들의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국민의당과 더민주의 호남권 지지율이 30~40% 범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안철수·국민의당 지지율 1차 조정 거쳐, 향후 전망 불투명 = 총선이 끝나자 마자 호남을 찾았던 안 대표는 다시 5·18 민주화운동 36주기를 맞아 17~18일 1박2일 일정으로 전남·북과 광주를 방문했다. 17일 36명의 당선자들과 함께 전북 익산에서 원불교 장응철 종법사를 예방한 안 대표는 맞춤형 보육문제를 주제로 전주에서 민생정책간담회를 갖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사 현장을 찾아 지지율 올리기에 주력했다.

광주로 이동해 5·18민주화운동 전야제에 참석한 안 대표는 18일에는 기념식에 참석한 후 전남 고흥 소록도를 방문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과연 안 대표가 하락추세인 국민의당 지지율에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기류이다.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당과 안 대표에 대한 호남의 지지가 단단한 지지가 아니다. 더민주를 심판하기 위한 불안한 지지였는데, 총선 후 호남 유권자들이 결과에 놀라고 당혹스러워 하면서 스스로 조정을 했다. 그런 와중에 ‘연립정부론’, ‘새누리당에 국회의장직 할애’ 등이 터져 나오면서 지지 철회의 근거를 줬다. 1차 조정을 거쳤다고 본다”고 밝혔다.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안철수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는 확고한 지지가 아니다. 안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더 빠질 수도 있고 유지될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문 전 대표와 안 대표가 상호 대체재다.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은 빠진다. 다만 정계복귀설이 나오는 손학규 전 대표가 대선경쟁에 뛰어들면 이것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관련기사 ◀
☞ 고려대 노동대학원 문재인 전 대표 초청강연
☞ 문재인,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에 “논란 자체가 이해 안돼”
☞ 문재인-안철수, 5·18 민주대행진 참석 `임을 위한 행진곡` 불러
☞ 문재인 18주 연속 1위…정당지지도 與 1위
☞ 문재인 통도사 방문 "가난하고 약한 부처님 모시는 게 참 불공"
☞ 문재인·안철수, 초접전 양상…더민주 3위 추락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홍명보 바라보는 박주호
  • 있지의 가을
  • 쯔위, 잘룩 허리
  • 누가 왕인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