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단지에 규제 융단폭격…서울 주택시장 '패닉'

예외규정 문의전화 폭주
재개발 사업장 급매물
노원·영등포 등 당황
"거래절벽 현실화 될 수도"
  • 등록 2017-08-03 오후 5:26:27

    수정 2017-08-03 오후 7:12:11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시장이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인근 한 상가에 부동산중개업소가 몰려 있다.
[이데일리 김기덕 원다연 기자] “비수기인 여름 휴가철인데도 재건축 단지 소유자들이 언제 집을 팔아야 하는지 묻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거래 자체가 중단된 상황이라 차라리 며칠 문을 닫고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지켜볼 생각입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그동안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매물이 귀했는데 집주인이 별안간 급매물로 집을 내놓겠다는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오네요. 집을 보러가기로 했던 매수자들은 돌연 약속을 취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상태가 올 연말까지 지속되면 올해 안에 그동안 올랐던 집값을 모두 반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서울 마포구 공덕동 S공인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빼든 초강력 규제 폭탄인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지역 주택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강북권 재개발 매매시장은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거래 절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해 휘두른 수요 억제 대책이 매입 단계의 여신(주택담보대출 규제) 및 매도 단계의 세제(양도세 강화) 등 전방위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쳐 당분간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재건축·재개발 입주권 ‘거래 절벽’ 우려

3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총 10만8000가구다. 이 가운데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단지는 절반 수준인 5만5655가구에 이른다.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이날부터 조합 설립 이후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재건축 단지는 조합원 지위 양도(입주권 전매 등)가 제한된다. 만약 거래가 이뤄진다고 해도 매수자는 입주권을 갖지 못하고 감정평가액 수준으로 현금청산을 해야 한다.

대책 발표 이후 강남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매도 시점을 묻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쏟아지며 전화기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이달 안으로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예정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오늘부터 조합원 입주권 거래가 금지된다는 소식에 대책 발표 직전 날인 2일 당일에 가장 작은 평형대인 전용면적 72㎡형 매물 2건이 시세보다 조금 싸게 거래가 이뤄졌다”면서 “오늘은 거래가 아예 1건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조합원 물량 거래가 가능한 예외규정 등을 묻는 투자자들의 문의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얼마 전까지 28억원에 거래되던 것이 서울 서초구 반포한신3차 168㎡도 2억원 낮은 26억원에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송파구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 같은 경우는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로 집을 꼭 팔아야 하는 장기 거주자들도 많은데 대책이 발표된 이후 바로 다음날부터 입주권 거래가 제한된다고 하니 집주인들이 많이 당황해하는 눈치”라면서 “물론 조합 설립 이후 3년 7개월이 넘은 시점까지 정비계획 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 예외규정에 따라 거래는 가능하지만 매수자가 사라져 버려 거래 절벽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예상을 뒤엎고 재개발 사업장도 규제 대상에 포함되자 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은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소유권이전등기 때까지 재개발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조합원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다. 현재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 이후 단계인 재개발 사업지는 총 27곳이다.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인가를 준비 중인 서대문구 북아현제2구역도 조합원 물건이 감정가 대비 3억원 안팎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있지만 대책 발표 이후에는 매수 문의가 뚝 끊어졌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올 연말께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계획이라 아직 분양권 거래가 가능하지만 거짓말처럼 분위기가 확 바뀌면서 매입 문의가 뚝 끊기고 분양권을 싼 가격에라도 내놓겠다는 급매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왜 포함됐나” 非강남지역 ‘전전긍긍’

이번 대책으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함께 투기과열지구에 이어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된 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 등도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노원구 상계동 S공인 관계자는 “최근 집값이 상승한 것은 ‘갭투자’(전세 끼고 집을 산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내는 것)가 몰린 것도 있지만, 그동안 저평가됐던 집값이 창동역 개발 호재 등과 맞물려 실수요자들이 유입된 영향도 크다”며 “투기 과열지역으로 묶이면서 거래가 줄고 집값이 떨어질 우려가 높아지면서 최근 한두달 새 높은 시세로 집을 샀던 분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의 핵심 타깃이 된 다주택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내년 4월 1일부터는 기존 양도 차익에 따라 차등 적용되던 세율(6~40%)에 대해 2주택자들은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를 중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는 내년 초까지 다주택자가 내놓은 급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렇게 되면 집값 하방 압력이 지속돼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도 전세로 눌러 앉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여신 및 세제 규제는 2000년대 들어 역대 정부 최고 수준의 수위로 급매물이 시장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만 추가 입법 등 개정까지는 시간이 있어서 지켜보는 관망세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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