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이달 중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연이어 열고 ‘키랜드투자목적회사’를 대상으로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CPS를 자사주로 매입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키랜드투자목적회사는 지난 1월 이랜드월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회사(SPC)로, 메리츠금융이 출자자로 참여한 바 있다. 이번 매입이 마무리되면 이랜드가 진행한 올해 초 끌어모은 5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자금 중 3000억원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번 재매입 배경에는 박성수 이랜드 회장이 해당 주식을 매입해야 하는 풋옵션 등 조건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월드는 내부 보유 자금을 CPS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앞서 이랜드월드는 메리츠금융을 대상으로 발행한 회사채 규모 증액(3500억원→4000억원)을 통해 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담보로 잡혀 있던 2500억원 규모의 예금 자산을 담보 물건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번 CPS 자사주 매입으로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10% 포인트 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자본으로 인식되는 CPS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399%에 달했던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98%, 올 상반기 말 기준 168%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CPS 상환으로 이 비율은 약 18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이랜드그룹의 신용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상향 조정 이유 중 하나로 메리츠금융(3000억원)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2000억원)를 대상으로 단행한 CPS 유상증자로 재무안정성이 개선됐다는 점을 꼽았다. 일부 CPS가 상환될 경우 신용등급의 하향 검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부터 총 1조원 규모의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앵커에쿼티와 메리츠금융에게 5000억원의 투자를 받은 뒤 나머지 투자자를 찾지 못했고, 최근 유치 규모를 5000억원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계속해서 무리하게 자금 유치를 추진하는 것 보다는 시장과의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현금 창출 능력이 우수한 기업이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가 선행된다면 추가 자금 유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