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의 가파른 성장 속에서,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같은 신기술을 개방해 미디어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케이블 1위 CJ헬로비전과 자회사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합병(M&A)하려 했지만 좌절된 바 있다. 이후 이형희 SK텔레콤 사업총괄 부사장이 SK브로드밴드 사장으로 취임했는데, M&A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않고 다른 방식의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고 밝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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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7일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미디어에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낮지만 VOD 연평균 성장률이 30%일 정도로 사용패턴이 바뀌고 있다”면서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을 보면 곡면을 돌 때 1,2등이 바뀐다. IoT, AI, 빅데이터 서비스를 누가 빨리 현실로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K텔레콤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 스피커와 AI 플랫폼과 미디어를 아주 긴밀하게 접합하고 있다”며 “하루 중 제 얼굴을 가장 많이 보는 건 스마트폰과 TV이듯 셋톱박스는 향후 미래 산업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지금은 Btv에서 영화를 보려면 여러 메뉴 속을 뒤져 이리 저리 검색해야 하지만 AI가 접목되면 Btv 안에 있는 몇 십 만 편의 콘텐츠 중 내게 맞는 걸 찾아주고 이를 통해 회사도 쉽게 선택된다면 팔리지 못할 뻔 했던 콘텐츠를 팔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누구’뿐 아니라 홈IoT도 올해부터 새 아파트 건축 시장은 SK텔레콤이, 기존 가정 시장은 SK브로드밴드가 공략하기로 했으며, SK네트웍스 등이 인수한 가전 업체인 동양매직과의 시너지도 추진 중이다.
SK브로드밴드의 Btv 가입자는 400만, ‘옥수수’ 가입자는 1100만(유료가입자 650만 포함) 등 총 1500만명 정도다. 그런데 이를 향후 5년 동안 2700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그간 콘텐츠 공급 대가 전쟁 같은 제로섬 게임이 너무 많았다”면서 “경쟁이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앞으로는 개방과 협력을 통한 성장, 가입자 확대가 아닌 가입자 공유 전략을 펼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Btv 및 옥수수의 데이터 시스템을 프로그램공급업체(PP)에 개방해 선호도 높은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누구’ 같은 AI 기반 기술도 케이블TV 업체 등에 개방할 계획이다.
최근 케이블TV VOD(대표 황부군)과 제휴해 광고영업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고 타깃 광고 솔루션을 케이블 업체들과 공유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사장은 “우리가 보는 가입자는 우리회사에 가입된 사람만이 아니다. 다른 회사라도 광고 모델 등을 함께 할 수 있는 공유 모델”이라며 “T커머스는 곧 분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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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KT)보다 낮은 유선망 도달범위는 고민이다. 이를 해결하려고 예년보다 40% 정도 늘린 매년 1조원씩 향후 5년동안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3년간 약 6000억원을 투자했는데 올해는 8500억원, 내년부터는 1조 이상 투자한다.
그는 “가장 시급한 게 유선 커버리지 투자이며, 또 하나는 데이터 사이언스”라면서 “콘텐츠 분야는 애니메이션이나 숏 클립 투자는 강화하겠지만 넷플릭스처럼 수천 억 투자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5G 시대에는 유선의 가치가 더 중요해진다면서 유선 시장 공정 경쟁을 위한 제도 개선도 언급했다.
이 사장은 “4G가 500미터에 한 개 씩 기지국 전용회선이 들어가는 대동맥이라면 5G가 오면 모세혈관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같이 고민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KT 필수설비 임대제도가 있지만) 상가건물의 80% 정도는 KT만 제공이 가능하다”며 “상가는 피자집, 미장원, 중소상공인일 텐데 가격 경쟁의 혜택을 못 보고 있다. 어떤 형태든 뭔가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