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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17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가진 4·5선 중진 의원들은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해 보였다. 국민의힘 사상 첫 ‘시스템 공천’ 전략은 혁신적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페널티 규정(룰)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지난달 13일 당 대표에서 사퇴한 김기현 의원은 공천 규칙에 있어 아쉬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 위원장과)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 공천 룰에 대해서는 불만을 이야기할 그런 군번이 아니다”라면서 “불만 없다”고 말을 아꼈다.
권성동 의원 역시 “개인적으로는 우리 당에서 최초로 시스템을 도입해 원칙과 기준을 만든 것은 굉장히 진일보한 것이고, 공천 규정은 합리적으로 잘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선수가 뭐 어떤 룰을 탓할 수 있나”라면서 “최선을 다해서 하는 거고 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5선의 정진석 의원 역시 “공관위가 룰을 정했으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면서 “다른 중진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또 3선 이상 동일지역에서 당선된 중진의원의 경우 경선 득표율에서 기본적으로 15%의 패널티를 받고, 교체지수 하위 11~30%에 해당 될 경우 20%의 추가 감산이 될 수 있어 최대 35%의 감산이 이뤄진다. 이에 더해 최근 5년 이내에 탈당한 뒤 무소속 및 다른 당 소속으로 출마한 경우도 최대 7%(2인 경선)를 감산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이 같은 페널티 규정에 여권 의원들이 공개적으론 불만을 표출하지 않고 있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새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5선 의원 중 한 명은 “시스템 공천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15% 감산은 과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시스템 공천의 장점이 있지만 그렇게 결정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에 이길 수 없는 후보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부산 중구·영도에서의 7선 도전에 나선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사 기준에 컷오프 당할 마땅한 이유가 있으면 수용해야 하지만 그런 이유 없이 컷오프 하면 비민주적”이라고 말했다.
여당 안팎에서는 이로 인해 당내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단 예견과 탈당이나 이탈은 없을 것이란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핵관(검찰 핵심 관계자), 용핵관(용산 핵심 관계자)은 살리고 당의 의원들은 죽이는 공천 학살이 예상대로 시작된다”면서 “개혁신당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반면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중진 의원들이 이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원내수석은 이날 오전 ‘김태현의 정치쇼’ 라디오에서 “개혁신당이나 다른 당으로 튀어 나가서 정치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 역시 “공천 학살이 아니다”며 “현역 의원 중에 활동 잘하는 사람이 10% 안에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의견도 갈리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3선 이상 중진들에게 페널티를 주는 것은 그 지역 유권자들에게 잘못 뽑았다고 이야기 하는 것과 똑같다”고 비판하면서 “이로 인해 중진들이 개혁신당으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당내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3선 이상 현역에게 페널티를 부여하고 정치신인에게 가점을 주는 규정이 없다면 현역이 무한정으로 유리해지는 환경”이라면서 “용산 대통령실 사람들이 대거 내려갈 수 있게 기회를 열어준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는데, 그건 과도한 해석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