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신기남 의원(새정치민주연합·서울 강서갑)과 시행사 등에 따르면 코레일은 2008년 1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무허가촌 1만㎡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면서 ‘무단점유자의 포기각서를 받아 공증까지 해올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전체 무단점유자 가운데 70%의 포기각서를 받아온 입찰희망자에게만 입찰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이후 코레일은 입찰참가자가 대신 받아온 70%의 포기각서를 통해 무허가건물을 상대로 한 철거 및 명도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당시 이 부지를 낙찰받은 컨소시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잔금을 내지 못해 계약을 해지당했다.
이후 6년 만인 지난해 철도공사는 해당 부지 재매각 공고를 냈다. 이번에는 여전히 나가지 않고 있는 무단점유자들이 내야 할 사용료와 연체료 40억 원을 낙찰자에게 대신 지급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로 인해 이 부지는 유찰돼 아직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은 조건을 변경하기는 커녕 오히려 감정평가액 인상을 내세워 입찰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
이 부지는 용산초등학교 뒤편에 위치한 곳으로, 여전히 무허가 판자촌이 난립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로 인해 용산구도 코레일에 땅을 서둘러 팔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코레일은 매각조건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곳엔 서울시가 장기전세 83가구를 공급하기로 계획했지만, 토지매각이 안돼 임대주택 공급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코레일은 2008년 4월 강원도 춘천에 소재한 보유토지 입찰공고 당시에도 ‘낙찰자가 계약체결 후 60일 이내에 매각대금과 무단변상금 전액을 일시에 완납할 것’을 공매조건에 포함하는 등 목적물과 다른 조건을 내건 바 있다.
신 의원은 “코레일이 보유한 토지를 매각하면서 입찰자에게 상식 밖의 불공정한 조건을 내걸었다”며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계약사항을 이행해야 하는 공기업의 계약사무규칙을 준수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