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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금리·양적완화 유지하지만…
필립 로 호주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작년 11월 도입한 제로 수준의 현재 금리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주당 40억호주달러에 이르는 채권 매입도 내년 2월까지는 중단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특히 내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로 총재는 “다른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다르다”면서 “최근의 자료와 전망으로는 2022년 기준금리 인상을 보장할 수 없다”며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우려를 잠재우려 했다. 내셔널호주은행의 FX전략책임자 레이 애트릴은 “호주중앙은행이 비둘기파처럼 들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조기 금리인상 시사하고 YCC 철회
물론 로 총재는 “우리 시나리오에서 인플레이션은 2023년 후반에야 2~3% 중간 지점에 도달한다. 인플레가 7년 만에 처음으로 목표 범위의 중간 지점에 도달했다고 해서 그 자체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2023년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는 점은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임으로써 인상 여지를 열어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 강한 긴축 시그널도 이날 회의에서 나왔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급하게 도입한 수익률 관리 곡선(YCC)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호주중앙은행은 국채 3년물 금리를 2024년 4월까지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1%로 유지하는 YCC 정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YCC 정책은 특정 국채 금리 목표를 설정한 뒤 금리가 이보다 오르면 무제한으로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금리를 누르는 것인데, 막대한 유동성 탓에 물가가 치솟았다. “더 이상 양적완화를 통해 금리를 관리해선 안 된다”는 지적을 호주중앙은행이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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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값에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자 주거용 주택에 투기자금이 몰리며 호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10월 호주 주택가격은 1년 전보다 22% 올랐다. 호주통계청도 9월 주택 대출이 소폭 줄었지만 코로나19 이전인 작년 2월 보다 49% 늘어났다고 밝혔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맥심 다멧 애널리스트는 “저금리일 때 사람들은 더 많은 부채를 떠안게 된다”며 “저소득 가구가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뿐 아니라 잠재적인 금융 불안과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주중앙은행의 긴축 신호가 미국과 영국 등 각국 중앙은행들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호주뿐 아니라 대부분 나라들이 부동산 폭등과 공급망 대란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2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미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월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 중단을 시사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영란은행(BOE)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