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접고 규제에 쩔쩔…골든타임 놓치는 혁신 스타트업

[기득권 늪에 빠진 K-스타트업]①
자비스앤빌런즈, 모태서비스 ‘자비스’ 사실상 접어
세무단체 반발, '세무대리업무 금지' 세무사법 배경
로톡·닥터나우·강남언니 등도 직역단체 첨예한 갈등
복잡한 이해관계에 중재 어려워, 정치권 '깨인' 마인드 필요
  • 등록 2023-03-27 오후 7:06:19

    수정 2023-03-29 오후 4:00:04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텍스테크(세무기술)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는 자신들의 모태 서비스 ‘자비스’의 운영권을 타 세무법인에 넘기고 사실상 관련 사업을 접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7년 만이다. 세무사들을 중개해주는 서비스 구조 자체에 대한 기존 세무사 단체들의 강한 반발, 그리고 2021년 말 ‘세무 대리업무 소개·알선을 금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서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다.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는 “‘자비스’는 고객과 제휴 세무사의 기장을 돕는 간편화 프로그램으로 보고 있었지만, 세무사법 개정 이후로 이런 프로그램 사용료조차 알선 수수료로 오인돼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내린 조치”라면서 “최소한의 유지·보수만 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는 세무신고, 환급 등을 인공지능(AI)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 ‘삼쩜삼’만 운영 중이다. 최근 가입자 1400만 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는 서비스다. 글로벌 텍스테크 분야 최초로 영국 진출에도 성공하는 등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여전히 내부 불안감은 크다. 지난해 10월 세무사 단체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삼쩜삼’의 주민등록번호 처리가 위법하다며 또다시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서다. 자비스앤빌런즈의 한숨이 커지는 이유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혁신 스타트업들이 ‘기득권의 늪’에 빠지며 하나둘 좌초되고 있다. 플랫폼 사업을 통해 기존 산업의 변화를 꾀하고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려는 스타트업들의 시도가 기득권 벽에 가로막혀 과거 ‘타다’ 사태를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갈등의 중심에 있는 스타트업은 자비스앤빌런즈를 비롯해 △로앤컴퍼니(법률 플랫폼 ‘로톡’ 운영사) △힐링페이퍼(성형정보플랫폼 ‘강남언니’ 운영사)△닥터나우(비대면 의료지원서비스 ‘닥터나우’ 운영사)등이다. 모두 기득권인 전문직역 단체들과의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권한이 막강한 직역단체들이 자체 징계는 물론 검·경에 고소·고발을 진행하고 규제입법으로까지 압박하는 식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2020년 택시업계 반발과 정치권의 규제입법으로 좌초된 공유택시 플랫폼 ‘타다’의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런 외부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최근 가뜩이나 어려운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감지된다. 이해관계가 복잡해 정부조차도 직역단체와 스타트업간 갈등 중재엔 힘이 부치는 상황이어서, 결국 여야 정치권의 디지털 혁신을 지지하는 전향적인 움직임밖에 해법이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의 법과 제도가 기득권 산업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과의 갈등이 빚어지고 혁신에 다가서기 힘든 것”이라며 “소비자와 산업 발전의 시각에 맞게 법과 제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어야 기득권이 움직일 것이다. 결국 해법은 정치권의 깨인 마인드, 그리고 행동 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펑" 폭발음..포항제철 불
  • 필드 위 여신
  • 노병, 돌아오다
  • '완벽 몸매'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