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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8시쯤 찾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선 중년 여성 5명이 시민들에게 배달음식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텐트와 돗자리, 담요를 대여해주는 노점엔 가격을 문의하는 커플 단위 시민들이 줄 서 있었다. 한강공원으로 향하는 시민들 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잔디밭 위에선 딴세상이 펼쳐졌다. 앞서 정부는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의 집합·모임·행사를 금지했지만 언뜻 보아도 잔디밭엔 100명이 훨씬 넘는 시민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거리는 2m, 마음은 0m’라는 문구가 적힌 홍보 현수막이 무색하게도 시민들은 돗자리를 펴고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사람 간 거리두기는 물론, 다른 일행과도 2m를 충분히 띄우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음식물을 먹느라 마스크도 쓰지 않고 있었다. 커플이나 친구로 보이는 2~3인 무리가 많았지만 5인 이상인 모임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0대로 보이는 남학생 4명은 돗자리를 펴기 전 “여기 우리 자리”라고 외치며 잔디 위에 침을 뱉기도 했다.
마스크 등 방역 수칙은 안중에도 없어…“외출·모임 연기 또는 취소해야”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 대다수에게 방역 수칙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배달음식을 받는 배달존에서 시민 수십명이 모여 있었다. 마스크를 벗는 시민도 보였다. 20대 여성 2명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공용 공간인 화장실로 향했다. 분리수거장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이 일행과 대화하며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다. 인근에서는 시민 10여명이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웠다. 일부는 가래침을 뱉기도 했다. 돗자리를 대여한 20대 남성은 일행에게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야한다”고 말하며 한적한 자리를 찾아나서기도 했다.
2일에는 수도권 태풍 영향으로 공원에 사람이 없었지만 태풍이 북상하면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적인 모임에서 소규모 지역감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좀더 경각심을 가지고 정부 지침을 따라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골프장과 해변 등에서 감염 사례가 나와 야외 활동이라 해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음이 드러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외에서도 집합·모임·행사(공연)·집회 등 다중이 모여 사람과 접촉하는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면서 “야외에서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2m이상 거리 유지가 어려우면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는 꼭 고위험시설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특정 장소가 감염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족 이외에 사람을 만나는 모임 자체가 감염 전파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요불급한 외출, 모임, 여행 등은 연기하거나 취소해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