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지상파 중간광고 찬성’, 야당은 ‘편파방송 중지가 먼저’라고 맞붙는 형국인데, 국내 최대의 콘텐츠 제작기지인 지상파 방송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정부가 시청자의 불편을 감내하면서까지 공영방송이든 민영방송(상업방송)이든 지상파라면 가리지 않고 지원하거나 지역방송을 포함해 모든 지상파를 먹여 살릴 수는 없지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방송법 체계를 공영과 민영으로 구분하고 공영방송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체계를 갖추고 확실하게 지원하되, 민영방송은 시장 경쟁을 통해 옥석이 가려지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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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해 발표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통위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중간광고 허용시 지상파 광고매출 증가액은 350억 원, 869 억 원, 415억 원으로 예측됐다.
종편처럼 모든 장르에 45분 이상 1회, 최대 6회 허용시 최대 869억 원, 오락 장르에만 허용하고 60분 이상 1회, 90분 이상 최대 2회 허용시 최소 350억 원이늘어난다. 광고주 설문조사를 통해서는 약 415억 원의 매출증대가 예상됐다.
하지만 지상파방송사들의 광고매출은 매년 평균 1650억 원 감소하고 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지상파 광고가 매년 평균 1650억 원씩 준다. 10년 이내에 광고수입이 거의 제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생각하지만 대단히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방송사의 빼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영 합리화가 필요하다. KBS 수신료도 37년째 묶여 있는데 분명 합리화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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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시장에는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일반PP 등 방송사와 유튜브 등을 통한 개인방송, 신문 등 인쇄매체와 온라인 매체, 블로거들이 활동 중이다. 그런데 지상파에도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다른 플레이어들의 광고 매출은 줄거나 늘기 어렵다. 왜 지상파를 살려야 할까.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KBS,MBC가 망하면 국민을 위한 공정 보도는 어찌될 것인가”라며 중간 광고 허용을 주장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상파가 방송콘텐츠의 메이저가 아닌가. 넷플릭스는 80억 달러를 투자하는데”라며 방통위에 중간 광고 허용이라는 결단을 촉구했다. 실제로 2017년 지상파 방송사들의 총 프로그램 제작비는 약 4조 5천억 원에 불과한 반면, 2017년 넷플릭스의 프로그램 투자비용은 80억 달러(약 9조원)에 달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도 “경영이 어려워 KBS도 10년째 대형 프로그램을 안 한다. 조금이나마 재정적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민영 방송 재정립 시급…MBC, SBS, jtbc는 다른가?
더욱이 지상파를 볼 때도 종편처럼 중간광고를 봐야 한다면 jtbc나 TV조선 같은 곳과 차이를 더 못 느끼게 될 것이다. 공사인 KBS나 EBS,공익재단이 대주주인(하지만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는) MBC, 태영그룹이 대주주인 SBS를 지상파라는 이유로 똑같이 규제하거나 똑같이 지원하는 일도 합리적이지 않다.
학계에서는 방송법상에 공영방송을 KBS와 EBS로 명확히 하고, 두 방송사의 사장 선임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게 만들면서, 수십년째 묶인 수신료를 인상해 자본에서도 독립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논의가 오랫동안 진행됐다.
MBC를 포함한 SBS와 종편들, CJ ENM 등은 시장 경쟁을 통해 적자 생존하도록 하는 게 국민 부담을 줄이고 콘텐츠 제작 경쟁도 활성화하는 길이라는 지적이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정책은 제공자(방송사) 입장이 아니라 시청자 입장에서 판단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플레이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공영방송은 KBS와 EBS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MBC는 대주주(방송문화진흥회)가 공익재단이어서 일부에서 공영방송으로 부를 뿐이다. MBC까지 공영방송으로 하는 건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에 너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