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에 무용계 뿔났다…30여명 이의 제기

문화재청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 강력 비판
"제자가 스승 제치고 보유자 선정 규탄"
태평무 보유자 지정 철회 요구
  • 등록 2016-02-29 오후 8:09:09

    수정 2016-02-29 오후 8:15:04

강선영의 태평무(사진=무용인 비상대책위원회).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범 무용계가 지난 1일 문화재청이 발표한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 인정 예고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배정혜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 등 주요 한국무용가를 비롯한 무용계 인사 36명이 참여한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에 대한 무용인 비상대책위원회’는 29일 문화재청에 이번 태평무 보유자 인정 예고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1·12월 태평무와 살풀이춤(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승무(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에 대한 보유자 인정 심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지난 1일 양성옥(62) 씨를 태평무 보유자로 인정 예고하고, 살풀이춤과 승무는 인정 예고를 보류했다.

비대위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양 씨는 ‘서양춤의 한국화’의 산물인 신무용에 주력한 인물로, 태평무의 원형과 정통성 계승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재보호법의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양 씨가 태평무 원보유자인 고(故) 강선영 선생의 제1호 제자인 이현자 씨의 제자라는 점을 들어 “제자가 스승을 제치고 보유자로 지정된 것은 일찍이 없었던 초유의 사건”이라며 심사위원 선정근거와 심사과정을 공개하고 이번 태평무 보유자 지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일생을 전통춤 전승과 보존에 헌신한 무용가를 마치 무용 콩쿠르와 같은 일회성 실기 시연과 항목별 채점방식으로 평가해 결정한 것이 과연 적절한지 묻고 싶다”며 중요무형문화재 선정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비대위는 “태평무는 대한민국 무용인 모두가 지키고 가꾸어온 공동의 춤문화유산이며 보유자 한 개인이 독점하여 사유화할 수 있는 춤이 아니”라며 “심사에 참여한 심사위원장조차 의혹을 제기하는 지금의 사태가 시정되지 않는다면 향후 무형문화재 불신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태평무 전수조교인 이현자 씨 측도 문화재청에 이번 인정 예고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문화재청은 이의신청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달 4일 열리는 소위원회에서 의견을 나눈 뒤 11일로 예정된 문화재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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