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안팎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이명박 정부 시절 유가 상승을 빌미로 물가를 잡으려는 정부의 ‘관치(官治)행정’이 다시 ‘오버랩’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당시 ‘52개 생필품을 묶은 ‘MB물가지수’를 만들고 ‘배추과장’ ‘샴푸과장’ 등 담당자를 정해 물가 관리에 나섰다. 공정거래 질서의 확립이 유일무이한 목표로 자율 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해야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물가위원회’로 탈바꿈시켜버렸다. 하지만 물가는 거꾸로 반응했다. 집중관리품목이 오히려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결과적으로 MB물가지수는 실패했다.
‘치킨값’을 잡았으니 모든 게 해결된 것일까.
BBQ의 가격 인상이 시장에 문제를 일으킬 때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됐을 때 얘기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상위 1개사의 시장점유율이 50%를 초과하거나 상위3개사의 점유율이 75%를 넘는 기업을 말한다.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인상하면 시장에 왜곡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서는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치킨시장은 독과점 시장이 아니라서 점유율 상위 업체가 가격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가격 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미 7500원짜리 저가 브랜드를 지향하는 상품도 많다. 소비자 선택권이 많은 터라 가격을 올리더라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결국 사업자가 실패를 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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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의 ‘세무조사’ 카드는 그야말로 관치행정의 극치를 보여준다. 세무조사는 그야말로 세금 탈루 혐의가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가격을 올린다는 이유만으로 세무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엄포를 내린다는 것은 정부가 필요하면 언제든 기업을 통치하겠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최순실 게이트의 본질도 관치경제의 탓이 아니었던가.
AI로 계란값 파동에 구제역까지 겪으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농식품부가 다급했던 마음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칼을 휘두르려면 타깃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오히려 지나친 규제로 제대로 된 수요와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지 시장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잘못된 관치는 시장 시스템의 적이 될 뿐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눈치만 보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시장 자율 시스템에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BBQ 말대로 프랜차이즈 업주들이 이익이 남지 않을 정도로 어렵다면 그 손해는 누가 메워줄 것인가. 부당한 정부 개입이 많아질수록 법과 제도에 의한 관리·감독은 소홀히 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인위적인 물가 통제에 나설 게 아니라 공정 경쟁에 기반한 시장에 의해 물가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