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이르면 8일 러 원유금수법안 처리…“유가 300달러” 러 협박

미국, 대러제재 '초강수' 원유금수조치 카드 '만지작'
인플레 우려↑…러 의존도 높은 유럽 동참 여부는 불확실
러 "유가 300달러 갈 것"…강대강 대치 장기화 전망
  • 등록 2022-03-08 오후 7:00:00

    수정 2022-03-08 오후 9:35:39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뉴욕=김정남 특파원] 미국이 대(對) 러시아 제재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 행정부 차원에서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의회에서도 민주·공화당이 관련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미국의 초강수에 러시아는 국제 유가가 배럴달 300달러 이상 치솟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가히 세계 경제를 패닉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수준의 유가 폭등을 전망하면서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러시아를 국제 경제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원유 수입 금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AFP)


美 하원, 이르면 8일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 법안 처리

7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중에 관련 법안을 성안하고 이르면 8일 처리할 예정이다. 이 법안에는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와 일반 무역 관계를 중지하는 등 강경한 대러 제재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세금 및 무역 관련 상·하원 핵심 인사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러시아를 국제 경제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원유 수입 금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앞서 유럽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동맹·파트너들과 러시아로부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독·영·프 정상들의 화상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의회에서 추진 중인 법안에는 또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권한을 부여하고, 미 상무부 장관에게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퇴출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는 당장 국제 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에너지난이 발생할 우려도 나온다.

시장은 즉각 반응하고 있다.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3.2% 상승한 배럴당 119.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배럴당 130.50달러까지 치솟았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139.13달러까지 올랐다. 연일 초고유가 상황이었던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당시 원유 확보 경쟁과 투기 수요 등으로 국제유가는 14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사회 비난에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구 소련의 영향력을 재건하겠다는 야욕을 보이고 있다. (사진= AFP)


강대강 대치 장기화 전망…러 “유가 300달러 갈 것”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구 소련 재건’ 야욕을 감안하면 강대강 대치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정세도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원유 수입 금수 조치엔 다소 미온적인 유럽도 미국이 강하게 설득하면 마냥 모른 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를 응징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러시아는 전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산 원유 금지는 국제금융시장에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배럴당 300달러가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루 공급량이 700만배럴에 달하는 러시아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지면 ‘모두 죽는다’는 사실상 협박이다.

그는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를 빠르게 대체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유럽이 연간 사용하는 약 5억톤(t)의 원유 가운데 약 30%인 1억5000만t을 러시아가 공급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난방비 등이 치솟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경고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의 자신감이 마냥 허황된 건 아니다. 모하메드 사누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이날 한 포럼에서 “전 세계는 (하루 700만배럴에 달하는) 러시아를 대체할 충분한 원유 생산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1973~1974년 1차 오일쇼크와 1979~1980년 2차 오일쇼크에 이은 3차 오일쇼크가 이미 왔다는 전망이 많아졌다. 유가 폭등은 가계과 기업 경제활동에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세계 경제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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