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매각 방안은 실무적으로 검토가 끝났지만 국내 금융시장을 둘러싸고 이어지는 정치적 이슈 등에 밀려 본격적인 논의 시기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매각 추진 당사자들 사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점도 우리은행 민영화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은행 민영화 논의 지지부진
국내 금융시장에서 우리은행 민영화는 가장 ‘핫’한 이슈이지만 정치적 이슈 등에 밀리면서 논의에 진전이 없는 모습이다. 금융당국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쫓기는 듯하지만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 민영화는 금융산업에 무척이나 중요한 이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중요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공자위도 “매각 의지가 확고하다”는 의지를 표명하고는 있지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네 번의 실패를 맛본 상황에서 또다시 실패를 경험하기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당국 내에서도 조기민영화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공적자금 회수 원칙을 고려할 때 무작정 조기 민영화를 추진할 수는 없다는 견해가 나오는 반면 16년을 못 팔고 끌어온 현재 상황에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보다는 금융산업발전이라는 원칙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국내 은행산업 경쟁력 제고와 금융회사 민영화 방안’ 세미나에서 학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을 포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공적자금 회수에 얽매여 오히려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국 신중모드에 애타는 우리銀
공자위와 금융당국이 신중모드를 지속하자 우리은행은 애를 태우고 있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해외 기업설명회(IR)는 물론 주가, 실적, 부실관리 등 체력을 비축해왔다.
일단 이달 중 매각공고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가도 꾸준히 오르고 있고 이미 민영화 플랜은 다 짜여 있어 민영화 일정은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 못 팔면 다시 ‘원점’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만큼이나 매각 성사 여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적절한 매각 시기와 매물에 대한 평가, 매각 수요 예측이 제각각이다.
일단 매각 시기에 대해선 올해가 이번 정권에서 마지막 기회라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도 임기 1년을 남겨 두고 마지막 공고를 낸 바 있다. 이후 대선이 본격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민영화 과제는 다음 정권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도 비슷한 절차를 밟을 수 있어 마지막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매각 수요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 당국의 결정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각 수요를 두고 우리은행 측에선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내년 대선 정국 등의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민영화는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우리은행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우리은행 주가는 지난달 15일 1만원을 넘은 뒤 9일 현재 1만400원으로 상승세다. 실적도 매각가를 충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다만 정부가 세워놓은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목표주가(1만2980원)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