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이태원 살인사건 부실 수사 인정…유족에 3.6억 배상 판결

부실수사로 진범 확정 판결까지 20년 소요
‘10억 청구’ 유족 “받은 고통에 비해 액수 적다” 아쉬움
대리인 “국가는 항소 안하길…유족 항소는 추후 결정”
  • 등록 2018-07-26 오후 1:27:33

    수정 2018-07-26 오후 1:33:52

아더 존 패터슨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고(故) 조중필씨의 유족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오상용)는 26일 “부실·늑장 수사로 피해를 봤다”며 조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유족에게 총 3억6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구체적으로는 조씨 부모에게 각각 1억5000만원, 형제 3인에겐 각각 2000만원씩 지급하도록 했다.

앞서 조씨 유족은 사건 발생 20년만인 지난해 1월 주범 아더 패터슨에 대한 유죄가 확정된 직후 검찰의 부실·늑장 수사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검찰이 애초 공소제기를 잘못하고 추가적인 수사, 범죄인 인도청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며 10억9000만원을 배상금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부실 늑장 수사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출국정지 기간을 제대로 연장히 않은 부분에 대해선 이미 유족에게 위자료가 지급됐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1999년 출국정지 연장을 제대로 하지 않아 주범 패터슨은 그사이 미국으로 도주했고 2015년에서야 한국으로 강제송환했다.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고 조중필씨 어머니 이복수씨가 26일 서울중앙지법 국가 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판결 선고 후 조씨 어머니 이복수씨는 “검사가 잘못해서 범인을 놓치는 바람에 진범을 법정에 세우는 데 18년이 걸렸다. (그 기간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았다”면서 “(받은 고통에 비해) 인정된 액수가 너무 적다”고 이번 판결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소송대리인 하주희 변호사는 “공범 에드워드 리의 무죄 판결 이후에도 가족들이 (범인 관련)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음에도 (검찰은) 의무를 하지 않았다”면서 “유족들이 지금까지 지내온 것에 비하면 (이번 배상액이) 부족하지만 국가배상을 인정한 것 자체는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국가만큼은 항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항소 여부는 유족들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씨가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애초 검찰은 에드워드 리와 아더 패터슨 중 리를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했지만, 리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패터슨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버린 혐의로 복역하다 8·15 특별사면되자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검찰이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노린 것이다.

검찰은 패터슨의 신병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2002년 10월 소재 불명을 이유로 기소 중지를 결정했다. 그러다가 2009년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개봉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나서야 법무부는 그 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미국에 냈다. 검찰은 2011년 재수사 끝에 패터슨을 진범으로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패터슨은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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