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면사랑, 중기부 상대 행정소송 제기

면사랑, 오뚜기에 국수 납품… 중소→중견기업 성장하면서 납품 금지
중기부 “오뚜기와 거래 끊고 대체거래처 찾아라”
거래량 축소 조건 거래 지속 요청…중기부 ‘거절’
  • 등록 2024-01-23 오후 6:56:06

    수정 2024-01-23 오후 7:07:03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오뚜기(007310)가 국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면사랑과 함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수제조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분류돼 있는데 면사랑이 중견기업으로 기업규모가 성장하면서 거래를 중단해야 할 처지에 몰려서다. 오뚜기는 국수 거래량을 줄이는 조건으로 거래를 허용해줄 것을 중기부에 요청했지만 중기부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장 면사랑 대표가 지난해 10월 충북 진천공장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회사의 사업 전략과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면사랑)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면사랑은 지난해 4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기업 규모가 변경됐다. 제조업 기준으로 3년 연속 1500억원 매출을 올리면 중견기업으로 편입된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들’이 해당 업종의 사업을 인수·개시·확장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 골자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면사랑이 중소기업이었을 때는 생계형적합업종 제한을 받지 않았지만 중견기업으로 분류될 경우 해당이 된다.

이에 오뚜기는 중기부에 생계형 적합업종 사업확장 승인을 신청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면사랑과의 OEM 연간 출하 가능량을 기존 적법하게 승인받은 최대 연간 출하량의 130%에서 110%로 축소하는 내용으로 승인을 신청했지만 중기부는 이를 거부했다”며 “해당 업체와의 OEM 거래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대체거래처를 찾으라는 내용의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면사랑의 경우처럼 기존 거래 업체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분류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신규가 아닌 기존 거래 업체들까지 제한을 받는지는 몰랐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 관련 제도와 정책은 신규, 지속을 구분하지 않고 분류가 바뀔 경우 바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오뚜기가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가 끝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오뚜기는 중기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진행하는 등 강경하게 나서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법의 문언과 취지에도 배치되는 것으로 당사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조치”라며 “중기부의 위법한 처분으로 인해 해당 거래처와의 거래가 일시에 중단되면 매출·이익 감소뿐만 아니라 시장점유율 및 신용도 하락 등의 중대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오뚜기의 국수 OEM 업체는 4곳 정도다. 면사랑이 제외되더라도 물량은 각 OEM사들에 배분해 맞출 수는 있지만 품질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오뚜기는 중기부 처분대로 대체거래처를 찾고 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면사랑의 정세장 대표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매형이다. 1993년부터 오뚜기에 국수를 납품하며 시작된 업체로 오뚜기와 특수관계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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