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는 2015년 야심차게 출발한 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였지만 SUV의 부재로 그간 반쪽 브랜드로 평가받곤 했다. 이번 GV80 출시에 이어 내년 소형 SUV GV70까지 출시가 예정돼 있다.
GV80에는 여태 현대차와 제네시스에서 적용된 최고의 기술들이 모두 총 집합했다. 여기에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ADAS 등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를 자극하는 요소들을 곳곳에 포함시켰다. 문제는 예상보다 비싼 가격이다. 풀옵션 가격이 9천만원을 육박한다. 악세사리까지 추가하면 최고가는 9014만원이 나온다.
GV80의 내수 연간 판매 목표는 2만4천대다. 월 평균 2,000대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공장에서 물량만 맞춰준다면 큰 무리없이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GV80 주무대가 되어야 할 곳은 국내가 아닌 북미와 재진출하는 유럽 및 중국이다. 더구나 GV80이 이익을 내려면 연간 최소 10만대는 팔려야 한다. 최소 7만여대가 수출이 가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격대를 감안하면 이 목표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파워트레인을 보면 시대에 역행한다. 새로 개발한 직렬 6기통 3.0 디젤 엔진만을 우선적으로 출시했다. 디젤 SUV는 전세계에서 거의 추방되는 분위기다. 국내도 가솔린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요즘 현대차의 품질 수준은 걱정을 지나 우려 단계다. 공장 작업자들이 와이파이로 영상을 보며 작업을 한다고 할 정도다. GV80은 우선 신선미가 떨어진다. 출시가 미뤄지며 디자인도 대부분 유출됐다. 여기에 특별한 신기술도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현대차 그랜저나 팰리세이드에 이미 도입된 기술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결국 GV80이 선택한 경쟁력의 하나는 ‘유어 제네시스(Your Genesis)’다. 포르쉐 인디오더를 생각하면 된다. 대형 SUV로는 찾아보기 어렵게 후륜구동 기본모델을 내놓고 가격을 6,580만원으로 책정했다. 경쟁차량과 비교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를 구성하고 있다는 착각(?)을 주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옵션을 선택하기 위해 옵션 구성표를 살펴보면 인디옵션이라고 하기엔 아쉬운 느낌을 받는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몇 가지 옵션만 추가해도 8천만원에 육박한다. 뒷좌석 통풍시트를 추가하기 위해서는 200만원이 넘는 패키지를 선택해야하고 가장 기본적인 4륜구동 옵션에 20인치 휠만 끼워도 7천만원이다.
기본으로 포함된 품목을 살펴보고 몇 가지 프리미엄 구매자의 만족도를 높일 필수 옵션 패키지만 선택해도 8천만원대에 진입한다. 이럴 경우 GLE나 X5 실구매와 가격차가 1천만원대로 근접한다. 상당수 소비자들이 GV80 선택을 망설일 포인트다. 해외 시장이라면 이 가격대에서 신생 브랜드인 GV80 구매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진짜 문제는 나쁜 연비다. 이번에 출시된 3.0 디젤 모델은 대부분 선택할 사륜구동 모델은 2.2t이 훌쩍 넘는 무게로 인해 연비가 10km/l 대를 기록한다. 공인연비 등급이 후륜이 3등급, 사륜구동과 7인승 모델은 모두 4등급이다. 더구나 디젤 엔진은 고급 차량인데도 진동과 소음을 감수해야 한다. 귀찮은 요소수도 수시로 보충을 해줘야 한다. 연비도 예상보다 나쁘다. 디젤의 강한 토크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 2.5터보 모델이나 3.5터보 모델을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2.5터보 모델의 경우 디젤에 비해 연비가 소폭 떨어지지만 가솔린 특유의 정숙성, 무엇보다 낮은 세금과 저렴한 가격, 가벼움이 장점이다.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결국 GV80이 출발은 했다. 믿거나 말거나 당일 계약자가 1만4천명이 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앞으로 성공의 장벽은 가솔린 모델 출시 일정과 함께 안정적인 조립품질이다. 얼마전 제네시스 플래그십 G90이 품질논란으로 인수를 거부하는 일이 생긴다는 소식도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독립이다. 1천만원대의 베뉴와 9천만원에 육박하는 GV80을 같은 매장에서 구매하고 같은 서비스센터에서 정비를 받아야 하는 것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값어치를 깎아내리는 일이다. 하루빨리 현대차와 브랜드 분리가 가속화돼야 한다. 그래야 제네시스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