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코엑스면세점 사업권 반납..월드타워점으로 다시 입찰?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월드타워점 면세점 특허를 두산에 빼앗긴 롯데면세점(롯데쇼핑(023530))이 기존 코엑스점을 월드타워로 확장 이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관세청이 이에 대해 “현행 관세법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면세점이 코엑스점의 사업권을 반납하고 월드타워점을 입지로 다시 경쟁 입찰에 나설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17일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특허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되고 방식도 자동갱신에서 경쟁입찰로 바뀌었다”면서 “사업장 이전은 기초지자체 내에서만 가능하다. 법으로 명시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 제정 취지에 맞지 않고 특허심사위원회의 판단에도 위배될 수 있어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이 관계자는 “기초지자체를 벗어난 장소 이전은 앞서 롯데면세점이 기존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이전 계획을 문의했을 때에도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한 바 있다”면서 “그래서 특허가 만료되는 3월 말까지 기다렸다가 경쟁 입찰을 통해 재승인을 받아 올해 장소를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엑스점은 지난 2010년 롯데가 애경그룹이 운영하던 AK면세점을 인수해 5년동안 운영해온 매장이다.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 서울 코엑스 지하 1~2층, 지상 2~3층에 자리했다.

코엑스점은 매장 면적이 5827㎡로 작고 임대료 부담이 커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액도 1732억원으로 서울 시내 전체 6개 면세점 가운데 가장 적었다. 이번에 사업권을 빼앗긴 월드타워점과 비교하면 매장 크기는 절반가량 작고, 매출은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월드타워점은 매장 면적이 1만㎡로 지난해 48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코엑스점의 월드타워 확장 이전 시나리오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장사가 안 되는 코엑스점을 월드타워로 대체하는 것이 롯데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앞서 롯데면세점 잠실점이 기존 롯데백화점에서 인근 월드타워로 확장 이전에 성공한 사례를 들어 이번에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기초지자체 이내에서만 이전 가능’이라는 관세청의 설명대로라면 이번 경우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어렵게 이전 심의를 통과했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코엑스점은 2012년 한차례 특허를 갱신해 2017년 12월까지 운영할 수 있다. 2년 뒤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또 다시 경쟁 입찰을 거쳐야 하는데 이번 월드타워의 경우처럼 사업권을 경쟁사에 빼앗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롯데가 제3의 선택을 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코엑스점의 사업권을 반납하고 월드타워점을 입지로 다시 경쟁 입찰할 경우 사업권을 100% 획득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기존 롯데가 가진 풍부한 면세점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강남 유일의 면세점’을 내세운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번에 서울면세점 입찰에서 롯데와 함께 고배를 마신 SK네트웍스를 제외한 나머지 경쟁사들이 이제 막 특허를 획득해 준비기간으로 주어진 앞으로 6개월 동안은 신규 면세점 개설 준비로 추가 입찰에 나설 여력이 없다는 점도 롯데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후속 계획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16일 오후 롯데월드타워 회의실에서 열린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도 직원들 고용 문제 이외에 향후 공간 활용 등은 논의하지 못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