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슈퍼엔저' 시대…글로벌 금융시장 대혼란 우려

물가 상승률 2% 달성·임금 상승 '선순환' 자신감
우에다 "경제·물가 추이 본 뒤 금융완화 정도 조정"
엔저 장기화에 따른 내수 경제 타격도 의식한 듯
일본은행 금리인상에 미 연준 9월 인하 가능성
금리격차 축소 전망에 엔화 150엔대까지 급락
  • 등록 2024-07-31 오후 7:14:04

    수정 2024-07-31 오후 9:57:31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일본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추가 금리인상과 국채 매입 규모 축소를 동시에 단행하면서 역대급 ‘슈퍼엔저’가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9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미·일 금리 격차로 인한 엔저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해왔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빠져나오면서 글로벌 자산 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BOJ, 물가·임금 상승 자신감에 금리인상 단행

일본은행이 31일 기준금리를 현재 0~0.1%에서 0.25%로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 탈출 이후 넉 달만에 인상하게 된 배경은 물가 상승률 목표치 2%를 달성, 물가와 임금이 모두 오르는 경제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 뒤 발표한 성명문에서 물가 2% 목표의 지속적·안정적 실현 관점에서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경제·물가 추이가 전망대로 진행된다면 “계속 정책금리를 올리고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며 추가로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기 현황에 대해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임금과 관련해서는 “봄철 노사 협상에서 전년을 크게 웃도는 임금 인상을 실현한 대기업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지역과 업종에서 임금 인상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며 “물가의 기조적 상승률은 선순환이 지속돼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높아짐에 따라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이 당초 시장 전문가들 예상을 깨고 이달 추가 금리 인상카드를 꺼내든 것은 물가 상승률 지표가 견조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27개월 연속 2%를 웃돌았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년 넘게 전년 대비 2%를 상회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2024년도(2024년 4월∼2025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2.5%로 지난 4월 발표한 기존 전망(2.8%)보다 0.3%포인트 내렸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1인당 실질임금은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임금 인상과 정액 감세 효과로 금리를 올려도 개인 소비가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엔저 장기화에 따른 내수 경제 타격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엔저는 수출 주도형 구조인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과도한 엔저가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 값 상승과 소비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일본은행의 2% 물가안정 목표 실현이 사실상 달성된 만큼 금리를 올려 소비 침체를 막겠다는 것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사진=AFP)
막 내리는 ‘슈퍼엔저’…“엔화 강세 쉽지 않아”

이번 금리인상으로 ‘슈퍼엔저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엔저를 촉발한 미·일 금리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발표 전까지 양국 정책금리는 5% 이상 차이를 보여왔다. 이날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폭은 미미했지만, 우에다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미 연준도 9월부터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여 양국 금리 격차는 점점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미국 채권을 비롯해 멕시코 페소 등 고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해왔던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글로벌 주식·채권시장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단행했으나 당분간 상당 규모 유동성 공급 정책을 유지키로 해 엔화 강세가 급격하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차루 차나나 삭소 캐피털 마켓의 통화 전략 책임자는 “기준금리 인상은 일본은행의 가장 매파적인 움직임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면서도 “연준이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보이지 않는다면 엔화 약세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도쿄외환시장에선 달러·엔화 환율이 한때 150.08엔까지 급락했다.(엔화가치 상승).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9% 상승 마감했다. 금리 인상으로 실적 확대 가능성이 높은 은행주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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