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대만 관광당국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 고소득층 관광객 유치에 소매를 걷어부쳤다. 라이칭더 신임 총통의 당선으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 갈등이 심화하면서 ‘큰손’이던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탓이다. 대만을 자주 찾던 일본인 관광객도 최근 엔저로 해외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중국과 일본 이외 지역에서 여행자들을 끌어모으는 게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진 대만의 대표 인기 명소 지우펀.(사진=대만 관광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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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알(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대만 관광청을 인용해 1분기 중국인 관광객수가 약 9만9000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직전인 2019년 1분기 79만3000명에 견줘 87.5%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대만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도 69% 감소하는 등 주요 방문객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에 올해 1분기 대만을 찾은 전체 관광객수는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나 줄어들었다. 엔화 약세에 힘입어 올해 외국인 관광객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일본과는 분위기가 완전 딴판이다.
대만 관광업게의 큰손이었던 중국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어진 건 양안 관계 냉각이 지속된 탓이다. 중국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강조하며 대만해협에서 무력 위협을 반복하고 대만 어선을 나포하는 등 민진당 장기 집권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대만과 관계가 돈독한 일본에서는 엔화 약세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까지만 해도 달러당 100엔 안팎을 유지해왔던 엔화 환율이 최근 고금리 장기화로 160엔대까지 치솟으면서 일본인들이 해외 여행 씀씀이를 줄인 여파다.
큰손 방문객들이 동시에 빠지면서 대만 관광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만은 정보통신(IT) 중심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 전체 경제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하지만 가난한 농촌과 남부지역은 관광산업에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 해외 방문객 감소를 마냥 손놓고 있을 수도 없는 처지다.
대만 관광당국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아, 인도 등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고소득층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며 중국·일본 방문객 공백 메우기에 안간힘이다. 이들 국가를 타깃으로 고급 호텔 등 고가 시장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여행객들에게는 관광 지원금을 늘리는 식이다.
이와 별도로 대만 공항에서 비행기를 환승하는 승객을 관광객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싱가포르의 경우 자국 항공기를 이용하는 환승객에게 쇼핑 바우처와 각종 편의시설을 제공해 관광 수요를 이끌어낸 사례가 있다.
블룸버그는 “동남아 지역 고소득 여행객 유치 전략은 중국에 의존하는 대만의 관광 산업을 재편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 (출처=대만 관광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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