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잇단 설화로 물의를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 등을 서둘러 징계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중앙윤리위원회 구성을 완료, 징계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당의 명예를 실추시킨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만큼 최소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내일(13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사법기구 역할을 하는 윤리위원회의 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선출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 윤리위는 이달 초 전원이 사의를 표명해 현재 공석인 상황이다. 당은 황 위원장 임명 이후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총 9명으로 구성된 윤리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기현 당 대표(왼쪽 세번째)가 5선 정우택 의원(오른쪽 두번째)의 발언을 들으며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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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윤리위는 다음 달이나 구성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예상보다 시기가 빨라졌다는 평가다. 이는 최근 당 지도부에 속하는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실언과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민심과 어긋나는 행보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최고위원의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및 제주 4·3 사건 기념일 격하 발언 등에 이어 조수진 최고위원의 쌀 소비 촉진 위한 밥 한 공기 비우기 캠페인 등이 구설수에 올랐다. 또 산불이 발생한 엄중한 상황에서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했던 김진태 강원지사, 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도 당 지도부와 가진 첫 연석회의에서 쓴소리를 했다. 여당 소속 정우택 국회 부의장(5선)은 “집권여당의 품격에 맞지 않는 언행이 이뤄지지 못하면 현장에서 뛰는 당원들이 힘들어 한다”며 “(적절치 못한 발언을 한 사람에 대해) 엄격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극우 성향의 전광훈 목사가 최근 집권여당 흔들기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문표 의원(4선)은 “전 목사가 20만~30만의 당원을 심었고 그 힘으로 우리 당이 버티고 있다는 식으로 선전하는데 이 문제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며 “목사 손아귀에 우리 당이 움직여지는 당이 돼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윤리위 첫 과제는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최장 3년), 탈당 권유, 제명 등 4단계로 나뉜다. 이 중 김 최고위원은 최소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당내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윤리위 규정 제20조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 위반으로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로 민심이 이탈했을 때 등을 징계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윤리규칙 4조는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할 경우 품위유지 의무 위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미 용산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가 ‘최고위원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윤리위가 꾸려지면 김 대표가 서둘러 회의를 소집, 징계 수위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김 최고위원의 경우 (5·18 관련 실언을 고려해) 내달 18일 이전에 징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