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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월 9500원, 부가세 포함 1만 450원)에 가입하면 유튜브 뮤직(월 7900원, 부가세 포함 8690원)을 공짜로 제공하는 마케팅으로 국내 음원서비스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결합판매를 등에 업은 유튜브 뮤직은 지난 2월, 지니를 제치고 국내 유료 음원 플랫폼 시장에서 2위를 차지했다. 업계 1위 멜론도 가입자가 줄고 있다.
업계는 구글이 ‘끼워팔기’로 국내 음원 플랫폼 업계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반발하지만,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로 규제하는 게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가 규제하려면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시장 자료도 부족하고 효과 분석 선례도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공정위가 플랫폼 시장 현황에 대한 연구용역을 통해 필요 자료를 모으고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튜브 뮤직만 1년새 115만 사용자 늘어…멜론·지니는 감소
12일 앱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유튜브 뮤직의 올해 2월 월간 실사용자수(MAU)는 402만 명으로 1년새 115만 명이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업계 1위 멜론(카카오)은 832만 명에서 744만 명으로 88만 명이 줄었고, 지니(지니뮤직)는 같은 기간 438만 명에서 381만 명으로 57만 명이 줄었다.
만약 유튜브 뮤직만 따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월 8690원(부가세 포함)을 내고 이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냥 1760원을 더 내고 유튜브 프리미엄(부가세 포함 1만 450원)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국내 음원 업계 관계자는 “2019년 초만 해도 60만 명에 불과했던 유튜브 뮤직이 구글의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 시 공짜 제공 이후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구글이 자신의 시장 지배력을 악용해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을 죽이고 있는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관련 협회와 정부는 손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정위 제소해도 ‘끼워팔기’로 규제 어려워…논리 개발하고 문화부도 나서야
멜론, 지니, 벅스 등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구글의 행태를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는 게 쉽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당장 ‘끼워팔기’로 규제하려면 구매 강제성(소비자 선택 불가)이 있어야 하는데, 구글은 유튜브 뮤직만 따로 이용할 수도,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해 공짜로 이용할 수도 있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대식 한국경쟁법학회장(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끼워팔기로 규제하려면 소비자 구속이슈가 있어야 한다”면서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은 소비자에게 좋아도 경쟁을 제한하는 측면이 크다면 판단될 수 있지만 새로운 이슈여서 효과 분석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미국 퀄컴의 부품 공급을 볼모로한 자사 특허권 계약 강요사건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처벌했지만, 당시 신고인인 삼성전자·LG전자가 비용을 대고 조사 자료를 제공하는 등 국내 기업의 협조가 뒤따랐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몰린 국내 음원 플랫폼 회사들은 인앤결제 시행에서조차 구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 교수는 “공정위가 연구·조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하고, 국내 음원 가격을 좌우하는 문화부의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이 국내외 기업에 공정하게 적용되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트앤로부문 부문장(국민의힘 미래일자리특위 위원)은 “구글은 이미 법률 검토를 했을 것”이라면서 “외국에서도 공정거래법 등으로 처벌한 선례가 없는 새로운 현상인 만큼, 규제당국은 먼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일단 민간 기관을 활용한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에 대한 실태 조사부터 해야 한다. 공정위 등이 너무 쉽게 일하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