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서 1분기 단기 고점으로 예상했던 1250원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러시아발(發)악재가 줄줄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에 환율 상단을 1300원대 수준으로 높여야 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8일 원·달러 환율이 1240원을 3원 가량 남겨둔 1237원에 마감했다. 사흘 연속 10원대 안팎의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날 장중 고점 기준으로 보면 1238.70원을 찍었다. 고가, 종가 모두 2020년 5월29일(1240.40원, 1238.50원) 이후 1년 10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제유가뿐만 아니라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이슈까지 겹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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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니켈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면서 중국건설은행 자회사가 마진콜까지 받았고, 주식시장에서 니켈 가격에 거꾸로 베팅하는 2배 인버스 ETN(상장지수증권)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단 소식도 나오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다른 통화들 대비 원화가 이런 원자재 수급 영향에 유독 약한데다가 스태그플레이션, 오일 쇼크 우려도 커지면서 달러대비 원화 값 추락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달러유동성 지표의 악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달러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불과 2년 전 팬데믹 당시 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단 가능성도 나온다. 원·달러 3년 만기 스와프 베이시스는 마이너스(-)85.50bp(1bp=0.01%포인트)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2월24일(-62.50bp)대비 23bp 확대됐다. 백 연구원은 “아직은 달러 유동성 경색(crunch)이 나타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상황, 중국 등에서 나오는 마진콜 이슈, 미국 금리 인상기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다면 그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향후 환율 흐름을 예상하기 위해 시장이 주목하는 이벤트는 크게 두 가지다.
두 번째는 러시아의 디폴트 위험이다. 경제 제재로 자산이 동결된 러시아는 16일 만기가 돌아오는 1억1700만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국채 이자를 내야 하는데, 계약상 루블화로는 지급할 수 없고 채권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러시아의 부분적 디폴트가 나타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자국군을 직접 배치한다면 환율이 1300원 이상으로 뛸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미 하원의 독자적 원유 제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달러 매수 세력을 보면 시장 불확실성을 열어두고 안전자산을 매집하고 있는 중”이라면서 “현재 단기 고점은 1250원이나 오일쇼크,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 한다면 상단을 알 수 없을 것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